▲정경부 최영수 차장 |
사건이 터진 후 한 달 넘어 발표된 감사 결과는 예상대로 시원치 않았다. '직원 19명이 협력업체와 ID를 공유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CCTV 관리와 데이터보안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본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리만 요란하다는 평가다.
유출된 ID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남용됐는지, 원전관련 정보가 추가로 유출되지는 않았는지, 2차·3차 피해 우려는 없는지 등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늑장 발표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부 스스로 사건이 불거진 다음날(9월24일)부터 10월7일까지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이후 즉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약 한 달간 쉬쉬한 이유가 무엇일까.
윤상직 장관을 비롯해 산업부 고위관계자들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ID유출 관계자를 엄벌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한수원 사장도 지난 9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사규에 근거해 최대치로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사팀이 산업부 관료 중심의 비전문가로 꾸려졌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원전 직원들의 오래된 관행을 비전문가들이 조사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흔한 말로 해당직원들이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말도 나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철저한 감사는 커녕 한수원과 원전 직원들을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오히려 발전소 관리인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인력 증원의 명분만 주고 있다.
부실한 감사라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 감사관은 "원전측이 지난해 말 컴퓨터 운용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과거 접속기록(log)기록이 모두 지워졌기 때문"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검찰에 고발해서 실체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죄질이나 피해정도를 감안할 때 검찰에 고발할 필요는 없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어쩌면 '이쯤에서 조용히 덮어졌으면' 하는 게 산업부의 솔직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다만, 늦게나마 비전문가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문업체에 의뢰해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산업부는 전문인력을 동원해 4개 원전 전체에 대해 ID유출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제시했다.
산업부는 이제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공조해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원전의 실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병은 알려야 나을 수 있다'는 말처럼 원전도 실태를 직시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