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파른 하락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새로운 통화존을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엔화와 동반 하락하는 통화를 중심으로 일명 ‘엔 블록’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화, 태국 바트화 등 일본 수출 경쟁국을 중심으로 주요 통화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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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제로’ 수준이던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상관관계가 0.9까지 치솟는 등 엔화 급락에 따른 파장이 아시아 외환시장에 일파만파 번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의 예상밖 부양책에 따른 엔화 하락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주요 통화를 강타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가들의 ‘팔자’가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조짐이다.
자산 규모 4477억달러의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라지브 데멜로 아시아 헤드는 “엔화 하락이 아시아 이머징마켓 통화에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한국 채권 비중을 축소했고, 싱가포르 통화 및 채권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원화는 5%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또 엔화와 상관관계가 최근 0.91까지 상승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두 개 통화의 상관관계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제로에 가까웠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달러화 대비 환율 등락이 엔화와 흡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통화가 꼬리를 물면서 이른바 ‘엔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및 투자 측면에서 일본과 강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는 아시아 국가를 주축으로 일종의 통화 블록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가들의 아시아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한 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엔 블록’이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기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의 통화 평가절하 역시 블록 형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스콧 디마기오 디렉터는 “일본은행(BOJ)이 ‘액션’을 취하면 이 밖에 아시아 중앙은행도 동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이들 통화의 엔화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엔화 하락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아시아 통화를 강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기업이 해외보다 국내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이에 따라 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 ANZ 은행의 아이린 청 외환 전략가는 “일본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해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여지가 높다”며 “이는 통화 약세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