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학계나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플레 가능성을 말한 것은 많았지만 국책연구기관이 보고서를 통해 이슈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25일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으로부터의 중요한 교훈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비대칭적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는 신속한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당국이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자연실질금리의 하락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감지하지 못하고 금리정책을 수행할 때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시장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향 고착화되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의 준수를 위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금융부채나 재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책대응 수단도 제한된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사진=기획재정부> |
이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도 최근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하향 조정의 완화적 효과가 상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제적인 정책 수단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의 일본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 분석하며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통화당국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나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는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 범위를 크게 하회해 1%대에 머물고 있고 (종합적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최근 0%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했다"며 "수요부진에 따른 성장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의 지속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경제여건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정책대응이 불충분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 선망은 오차가 줄어들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낙관적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