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일본의 사례를 보면 설마설마 하다가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사전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를 대신해서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인 이재준 KDI 연구위원(공공투자정책실장)은 "한은을 압박하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 [사진=KDI제공] |
그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통화당국이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디플레의 형식적 기준이라는 게 물가상승률이 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므로 그 기준으로 보면 아직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디플레의 가능성은 어느정도 있다"며 "특히 (종합적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로 보면 상황 더 안 좋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1년 이후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상당 폭 하회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는 0~1%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단순히 지금 기준금리가 사상최저라는 이유만으로 더 못내린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며 "성장률 추세 자체가 내려가고 있으면 거기에 따라서 기대 수준도 하향 조정해야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수요가 약한 것이 문제인데 이 부분은 거시경제 정책으로 치유할 수 있고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날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들을 대상으로한 정책세미나에서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목표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완화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좀 더 완화할 여지도 있고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KDI의 보고서 발행 이후 기재부 대신 한은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무도 (금리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판단을 하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며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금통위에서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