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하락에 유럽 메이저 석유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50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업계는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해 자본 투자를 줄이는 한편 기존의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을 내몰리고 있다.
투기거래자들은 유가 추가 하락에 적극 베팅, 관련 업계에 대한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석유 시추 현장[출처:AP/뉴시스] |
로열 더치 셸의 주가가 지난 27일 회의 결과 발표 후 10% 가까이 폭락했고, 토탈의 주가 여기 7% 이상 떨어졌다. 영국 BP도 같은 기간 5%를 웃도는 주가 하락을 기록했고, 경쟁가 BG 그룹은 주가가 12% 내리꽂혔다.
일부 투자은행(IB)들은 관련 종목의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또 투기거래자들은 유가 하락 베팅을 대폭 늘리는 움직임이다.
지난 2008년 3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던 골드만 삭스는 유럽의 석유 메이저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본투자 축소하고 주장했다.
내년 이들 업체의 잉여현금흐름이 중립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2달러 선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럽 석유 업계의 잉여현금흐름이 2018년까지 장기 평균치인 4.5%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을 배럴당 90달러로 가정할 때 13% 줄여야 하며, 80달러일 경우 20% 축소해야 한다고 골드만 삭스는 밝혔다.
노무라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섹터에 ‘비관적’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투기거래자들은 유가 하락 베팅을 대폭 늘리고 나섰다. 런던상품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3월까지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로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한 옵션 거래가 1만5673건에 달했다. 이달 초만해도 관련 옵션 거래는 전무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또 최근 옵션 내재변동성이 36%까지 급등, 연초 이후 평균치인 18%에서 두 배 가량 뛰었다.
BNP 파리바의 해리 칠링구리안 상품 전략가는 “옵션 프리미엄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 헤지 거래 역시 대폭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