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발은 미국 셰일 가스 업계를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양측의 ‘오일 전쟁’이 뜨겁게 가열되는 가운데 결말은 미국의 승리로 장식될 것이라는 데 석유 업계 및 금융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세일 가스 붐을 필두로 한 미국의 이른바 ‘오일 러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정[출처:AP/뉴시스] |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30년래 최고치에 달했고, 셰일 가스 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의 가파른 추가 하락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셰일 가스의 주요 생산지인 노스 다코다 지역 업체들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42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퍼 마뉴스 나이스빈 애널리스트는 “미국 셰일 가스 업계의 저항력이 시장의 예상보다 막강하다”며 “현금흐름 창출이 지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국제 유가 하락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펀더멘털이 취약한 기업의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업체를 중심으로 전체 석유 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건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미국 석유 업계의 경쟁력과 시장 상황이 1980년대 중반과 다르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지난 1986년 사우디 아라비아가 산유량을 대폭 늘려 유가를 크게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등의 미국 주요 석유 업체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OPEC이 최근 국제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밀어내린 것도 당시와 같은 계산이 깔린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이번에는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탐사 기술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업체 경쟁력과 시장 구조 측면에서 1980년대 중반과 크게 달라졌다”며 “OPEC의 전술이 이번에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럭스 리처시의 다니엘 초이 애널리스트 역시 “미국 석유 업계의 생산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고, 이 때문에 유가 하락에도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자금력도 탄탄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에너지 탐사 부문의 신생 기술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7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했고, 유가의 추가 하락에도 업계 타격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오히려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은 OPEC 회원국이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 프로그램에 따른 서방의 제재에 이미 실물 경기 타격을 입은 이란과 불황을 맞은 베네수엘라 등이 미국보다 먼저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