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의 '2015년 정기 임원 인사'는 승진자가 크게 줄면서 실적 약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여실히 반영됐다. 성과중심의 신상필벌 인사기조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적용됐다. 그러나 파격적인 발탁인사와 여성인력 중용, 순혈주의 타파 등 삼성의 창업이념인 '인재제일' 경영철학은 유지됐다. 이를 통해 젊고 역동적인 조직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들이 대거 무대 뒤로 퇴장했지만 차세대 리더들이 자리를 메우면서 새로운 시대의 삼성을 이끌 인적쇄신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성과주의 인사기조 강하게 적용..전년보다 승진자 123명 줄어
삼성은 4일 부사장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 등 총 353명의 '2015년 정기 임원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476명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규모다. 올 한해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 승진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메모리사업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장단 인사에서도 전영현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올라서면서 임원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삼성 측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올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예년보다 승진규모를 확대해 지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성과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2명 늘어난 22명이다. 2명이라는 숫자가 커보이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자가 165명(전년 227명)으로 절반이나 감소한 것으로 놓고보면 돋보이는 결과다.
성과주의 인사기조는 발탁인사에도 묻어난다. 승진 연한을 1~2년 앞당긴 발탁 승진자는 부사장 8명, 전무 16명, 상무 32명 등 56명이다. 지난해 86명보다 30명이나 줄었지만 그 속을 보면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성과나 지속 성장을 위한 파격적인 인사철학이 담겨 있다.
30대 상무 승진자 배출이 단적인 사례다. 올해 33세인 삼성전자 실리콘밸리연구소 프라나브 VP(Vice President)는 갤럭시 기어 혁신모델 제안, 360도 3D영상 촬영 카메라 등 신개념 혁신 UX를 개발한 공로로 상무로 발탁됐다. 그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지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 중 1명으로 선정한 천재급 인력이다.
또한 39세인 삼성전자 미국법인 컨슈머영업 데이브다스 SVP(Senior Vice President)는 미국 TV시장에서 매출성장(15%) 및 역대 최고 시장점유율(35.6%)을 기록하는데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이들과 함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의 문준 부장(40세)은 무려 승진 연한을 3년이나 앞당겨 상무로 승진했다. 통신 네트워크 개발 전문가로 스마트(Smart) LTE(롱텀에볼루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 관계자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미래 성장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려는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여성 인재 폭넓게 중용..부사장 승진 42명 '그룹 홍보 약진'
삼성의 여성 인재의 폭넓은 중용은 시대의 흐름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몇년 간 강조했던 인사철학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신경영 출범 초기인 1992년에서 1994년 사이 대졸 공채 출신의 여성 인력들이 회사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오면서 대거 임원으로 승진했다. 분야 역시 마케팅, 재무, 구매 등 다양한 곳에서 승진자가 배출됐다.
여성 임원 승진자는 총 14명으로 이중 하혜승 삼성전자 전무를 제외하면서 13명이 신규 임원으로 별(★)의 행렬에 합류했다. 1994년 공채 동기인 삼성전자 박정선 부장, 삼성전자 박진영 부장, 삼성SDS 정연정 부장이 나란히 상무로 승진해 눈길을 끈다.
또한 삼성전자의 류수정 부장, 전은환 부장, 삼성생명 안재희 부장, 제일기획 정원화 부장이 1년 발탁으로 상무가 됐다. 특히 해외 현지인력 중 최초로 여성 본사임원도 선임됐다. 중국본사에서 대외협력 및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장단단 부총경리가 상무로 승진했다. 해외 근무 우수 여성 인력들에게도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부사장급 승진자는 42명으로 지난해 51명보다 9명이 줄었다. 그러나 42명 승진자 중 8명이 발탁을 통해서 부사장에 오르면서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삼성전자는 총 22명의 부사장 승진자가 배출됐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가 각각 1명, 삼성물산 3명,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별로 각각 1명 이상의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이들 부사장 가운데는 '삼성의 입'으로 불리는 그룹 홍보라인이 약진했다. 미래전략실의 이준 전무와 노승만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은 이번 201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각 사 별로 조직개편과 보직 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