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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요르단 블랙아웃 막아낸 한국전력 해외사업

기사등록 : 2014-12-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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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전체 매출액 20% 해외사업으로 창출 계획
[뉴스핌=곽도흔 기자] '열사의 땅'이라고 불리는 중동 아라비아 반도 서북쪽에 위치한 요르단왕국. 

한국전력공사의 암만 발전소는 암만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사막 같은 황무지 한 가운데에 떨어져 있다. 요르단은 도로사정이 좋지 못해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꽤나 고생해야 발전소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전소는 가동을 하기 전부터 요르단을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여름 요르단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맞아 전기를 생산해 공급한 것.

배영진 한전 암만법인장은 "올해 10월23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는데 상업운전을 하기도 전에 요르단 정부의 요청으로 발전소를 돌린 적이 있다"며 "이 발전소 때문에 요르단의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30km 떨어진 황량한 곳에 한국전력의 암만 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는 지난 여름 요르단의 블랙아웃을 막은 장본인이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요르단과 필리핀, 아랍에미리트의 한전 해외사업  현장을 다녀왔다. 한국전력은 9월말 기준으로 요르단 암만발전소를 포함해 세계 20개국에서 37개의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지난 1995년 이후 누적 매출 12조2000억원, 순이익 1조7000억원을 해외사업을 통해 창출했다.  한전은 2020년까지 전체 매출액의 20%인 16조5000억원을 해외사업에서 만들 계획이다. 현장을 다녀본 결과 허황된 목표는 아닌 듯 했다.
 
기자가 찾은 암만 발전소는 세계 최대의 디젤발전소다. 15MW 발전기 38대가 572.86MW의 전기를 생산해낸다. 발전소에 들어가보니 자동차 디젤엔진 특유의 거친 소리가 나서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암만 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중유를 쓰지만 가스도 연료로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발전소라 비상시 연료 공급의 문제도 해결했다. 요르단은 중동국가지만 비산유국이라 연료공급이 중요하다.

아쉬운 것은 핵심 기자재인 디젤엔진이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사의 제품이라는 점이다. 한전은 국내사와 엔진 도입을 협의했지만 실패했다.

총 사업비의 75%인 5억8000만 달러를 한전의 보증 없이 사업 자체 신용만으로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한 점도 특징이다. 또 롯데 E&C가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1억5000만 달러의 기자재 수출 효과도 봤다.

한전은 암만 발전소 운영으로 25년의 사업기간 동안 약 32억달러의 총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필리핀의 세부는 신혼부부들의 여행지 중 하나로 유명하다. 지난 4일 도착한 세부 공항에는 한국인들의 방문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간이매점에서 컵라면을 팔고 곳곳에 한국어 안내문이 보였다.

사실 세부에 한전 발전소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세부에서 한전은 국내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이름값을 하고 있다. 한전 세부법인 관계자는 "최근 홍보팀에 필리핀의 유력일간지 기자 출신이 입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전력은 국내의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유력 일간지 기자가 한전 홍보팀으로 채용됐다.
 
마치 최근 삼성그룹 홍보팀에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앞다퉈 입사한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다.
 
필리핀 일리한, 말라야, 세부법인에 총 515명의 한전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발전설비는 1400MW로 필리핀 내 4위 사업자이지만 매출액은 2억8500만 달러, 순이익은 9100만 달러로 필리핀 내 주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세부 발전소 맞은 편에 있는 나가 발전소도 인수해 200MW이상 발전소로 신규 건설하고 팡가지난, 한진 수빅조선소가 있는 루손 바탄 등에서 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필리핀에서 한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7월 준공된 아랍에미리트(UAE) 슈웨이핫 S3 발전소도 25년간 총 2억달러의 배당수익이 예상돼 2009년 원전 사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전 관계자들은 해외사업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쪽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어쩔 수 없이 일본 등 외국금융자본과 투자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요르단과 UAE, 필리핀은 모두 성장하는 국가들로 향후 전력사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전은 사우디와 베트남, 남아공 등에서의 원전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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