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이른바 '땅콩후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사퇴한 가운데, 하기(下機:항공기에서 내리는 것) 당사자인 사무장(최고 책임 승무원)은 20년 가까운 경력의 베테랑 승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40대 초중반의 싱글남인 이 사무장은 항공 기내서비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항공업계에선 이번 하기 명령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사무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난 8일 회사에 병가를 낸 상태다.
10일 대한항공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에서 내린 사무장은 4주간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0일 "사무장이 8일부터 4주간 병가를 냈다"면서 "심한 스트레스로 4주간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건 직후 구두를 통해 비행정지 처분을 당했다는 얘기는 흘러나왔지만 대한항공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정지 처분을 하려면 회사 차원의 인사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열릴 경황도 없었고, (비행정지 처분을) 구두로 받았다는 것도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사무장은 병가를 냈지만 최초 서비스를 제공한 승무원을 포함해 해당 기장도 비행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력 20년차 베테랑 사무장이 병가를 낸 데에는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하기 명령과 함께 지난 8일 국토교통부의 조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륙 직전 뉴욕 공항에 내려진 사무장은 결국 12시간을 기다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홀로 인천공항에 돌아왔다. 그리고 귀국 직후 사무장은 조 부사장에게 최초 서비스한 객실승무원, 항공기 기장과 함께 국토부로부터 사실관계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한 항공사 기장은 "오너일가가 사소한 거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승무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비행이 끝나고 나면 객실 사무장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면서 "오너 일가가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기를 바라는 승무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비행기 이륙 전 사무장의 하기 자체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사무장의 경력을 봤을 때도 하기 조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일각에선 회장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해당 항공기에 객실 승무원을 별도로 편성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이 사무장을 하기시키는 과정에서 기내서비스의 자질 문제 보단 개인적인 문제(?)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조 부사장의 당시 행동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런 저런 설(루머)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 분(사무장)은 업계에선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으로 경력은 업계에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오너일가라고 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KE086편 항공기 리턴과 사무장 하기와 관련해 국토부 조사를 받은 사무장은 조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삼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사장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 사내이사(부사장) 신분과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유지한 채 대한항공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