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해당 사무장과 일등석 동석 탑승객의 증언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해당 사무장은 최근 항공기 하기(下機:항공기에서 내리는 것)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과 동석한 일등석 탑승객도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고 매뉴얼 파일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이는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폭언·폭행이 없었다"는 대한항공측과 조 전 부사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한 해당 사무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진술도 강요받았다"고 밝혀, 조양호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땅콩회항' 사건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땅콩 회항` 논란에 고개 숙인 조양호-조현아 대한항공 부녀/ 사진=김학선 기자 |
14일 항공업계 및 국토교통부, 검찰 등에 따르면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사건과 관련 국토부는 이르면 오는 15일 해당 사무장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 8일 사무장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이나 폭행이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이와 정반대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무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조 전 부사장이 당시 자신에게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집으로 찾아와 '사무장이 매뉴얼 숙지를 못해 조 전 부사장이 질책을 한 것이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등석에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승한 탑승객 박모씨 역시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고 매뉴얼 파일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며 당시 상세한 정황을 전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2일 국토부의 사실조사를 마친 뒤 '당시 폭언과 폭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 듣는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린 것은 조 전 부사장이 기장과 협의해 조치한 것으로 기장이 최종 결정한 사항"이라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조양호 회장과 조 전 사장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땅콩회항'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사무장과 조 전 부사장 등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거짓해명과 증거인멸에 대한 증언과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번 사건의 파문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부의 재조사와는 별개로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조 전 부사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강요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대한항공측이 국토부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진술 짜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의 처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결과 사무장과 목격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난의 화살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넘어 대한항공과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자신에게 견과류를 서비스한 승무원과 해당 사무장에게 사과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사과쪽지만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직접 사과하기 위해 이들의 집을 찾았으나 둘 다 집에 없어 만나지 못했고, 사과하는 내용의 짤막한 쪽지를 직접 써서 집 문틈으로 집어넣고 돌아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