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1년 6개월 늦추겠다며 중의원을 해산, 14일 조기총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아베노믹스 정책의 달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결국 1년 6개월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경기를 부양시키고 경제 성장을 꾀한 뒤 소비세를 인상, 재정 안정을 이루겠다는 노선 변경이다.
재정 안정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측면보다 소비세를 늦게 인상한다, 즉 당분간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포장함으로써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 최대 지지층 60대 이상 노인계층에 毒
하지만 이번 계획 변경으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은 60대 이상 노인 계층이다.
이들은 정부의 복지 프로그램에 의해 생계에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장 많은 복지 프로그램이 재정 적자를 이유로 줄어들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들 60대 이상 계층은 이번 총선에서 아베 정권에 가장 많은 지지표를 던진 계층이라는 점이다.
결국 아베 정권은 노인의 생계비와 아동보육비 지출을 1년 6개월동안 줄여 이를 담보로 경제 회복을 꿈꾼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동보육 및 연금, 의료보험, 노인요양 등에 1조8000억엔(약 16조73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 연기로 인해 약 4500억엔 정도가 부족하게 된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이 계획이 예산부족으로 인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반 국민들 생활 '팍팍'…실질소득 감소
노인층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생활도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일본의 물가는 약 1% 상승했지만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3%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실질 임금은 작년 7월부터 1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일본 가정은 할인 판매를 하지 않고는 물건을 사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팍팍한 사정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4분기 단칸지수, 즉 대기업 제조업 업황판단지수(DI)가 12로 집계돼 지난 3분기 13에서 줄었다.
특히 내년 1분기 단칸지수는 9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들이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GDP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후의 소비 위축과 기업 설비투자 부진 등이 일본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GDP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 재정 균형 의지있나 의심스러워
결국 소비세 인상 연기는 과연 아베 정부가 재정적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 재정 균형은 정부의 예산에서 이자 지출을 뺀 나머지를 세수로 확보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정부 지출과 세수의 격차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만약 소비세 인상을 1년 6개월 뒤인 오는 2017년 4월 단행하게 되면 오는 2020년까지 재정 균형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즉 정부가 또다른 세금 인상이나 3년간 재정 지출 축소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이룰 수 없는 정책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8일 중의원 해산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도 당장 내년 재정 악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2020년 목표만을 강조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