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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위기 데자뷰, 글로벌 금융시장 고통 '이제 시작'

기사등록 : 2014-12-1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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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 주가 통화 채권 일제 급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55달러선마저 내주면서 러시아의 위기가 현실화되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지난 1998년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경고가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상에도 루블화가 추가 하락, 1달러당 64루블을 돌파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한편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달러당 40센트 아래로 폭락했고, 태국 증시가 11개월래 최대폭으로 떨어지는 등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1998년 위기 상황과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 글로벌 금융시장 ‘청산 모드’

16년 전 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외환보유액이 대폭 늘어났고, 경상수지가 개선된 점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유연성도 한층 개선됐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하지만 최근 20개 이머징마켓 주요 통화가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외부 악재에 대한 면역력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러시아 루블화는 물론이고 터키의 리라화도 사상 최저치로 밀렸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99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

주식과 채권시장 역시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7일 연속 하락, 12월 이후 낙폭이 8%에 이른 상황이다. 동시에 시장 변동성은 지난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CRT캐피탈 그룹의 피터 라니건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청산 모드를 연출하고 있다”며 “주식을 포함해 가격이 오른 자산은 물론이고 손실을 내고 있는 자산도 팔아치우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 고통, 이제 시작

러시아를 필두로 파열음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주장이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및 침체와 중국의 경기 하강 등 이미 불거진 악재들이 내년 본격적인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리서치 업체 포캐스트의 스티븐 웹스터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이미 또 한 차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내년 글로벌 경제 전반의 하강 기류가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경제와 관련, 아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주변국 경제가 탄탄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이제 문제는 중심국”이라며 “독일을 포함해 성장 엔진에 해당하는 회원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유로존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머징마켓의 통화가 중장기적으로 하락,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관련 통화의 약세에도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경고가 드물었던 것은 지난 1998년 위기를 경험한 애널리스트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공동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이머징마켓의 통화는 붕괴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한 대규모 유동성 유출에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 '디플레 온다' 현금 비축

국제 유가 폭락과 이에 따른 경기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비중을 대폭 늘리고 나섰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평균 현금 비중이 5%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약 3분의 1에 이르는 매니저들이 최근 1개월 사이 현금 비중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 경제 역시 내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BOA의 마니쉬 카브라 전략가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시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지만 제조업을 필두로 경기 사이클이 하강하고 있고, 상품 가격 하락이 기업 이익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과 침체 리스크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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