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습’ 금리인상에도 루블화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은 가운데 주요인이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책자들의 연이은 ‘필살기’에도 루블화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는 것은 러시아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루블/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79.1688루블까지 치솟았다. 전날 60루블을 뚫고 오른 데 이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카드에도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된 셈이다.
러시아 금융시장 지표[출처:AP/뉴시스] |
글로벌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하락 베팅 이외에 러시아 내부 움직임 역시 루블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뱅크는 달러화 환전을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홍수를 이뤘다.
연금을 포함해 투자 상품을 일부 또는 전액 환매한 뒤 자금을 달러화나 유로화로 갈아타려는 고객들이 시중은행권에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러시아 2위 프라이빗 뱅크인 오트크리티에 은행의 아템 조토프 외환 헤드는 “일단 외환 거래 규모가 3~4배 급증했다”며 “루블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부 러시아 소비자들은 실물 자산 매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더욱 치솟으면서 구매력이 크게 위축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 가구부터 자동차, 보석까지 각종 소비재의 ‘사자’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EB의 조르그 슈라이버 디렉터는 “소매 업계의 수요가 최근 수주일 사이에 전례 없는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매 판매 증가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오히려 루블화 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자들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내수 경기가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