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김양섭 기자] 최근 시중 부동자금 30조원을 끌어모으며 공모주 광풍 신화를 이끌었던 제일모직이 18일 강추위 속에 증시에 상장됐다. 이날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제일모직은 시장 기대를 웃돌며 공모가 두배 시초가(10만6000원)으로 시작해 6.6% 급등한 11만3000원으로 마감됐다.
신기록 경신도 이어갔다. 지난달 삼성SDS가 상장하며 기록한 상장 첫날 거래대금 최고치를 한달도 안돼 깨뜨렸고, 공모가 두배의 시초가 신화도 이어갔다. 삼성SDS가 높은 시초가로 인해 상장 첫날 거의 하한가로 마감한데 반해 제일모직은 2배 시초가에도 불구하고 급등, 10만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
이날 개장초 제일모직은 다소 흔들리며 시작했다.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기관과 외국인간 매매공방이 벌어졌다. 장중 한때 6% 이상 급락하며 9만원 초반때까지 밀렸지만 결국 뒷심을 발휘하며 플러스 6%대에서 마무리됐다.
거래대금 역시 1조3666억원으로 상장 첫날 기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달 상장하며 1조347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시가총액도 12조2550억원으로 당당히 14위에 랭크됐다. 한때 17위까지 밀렸지만 오후들어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며 삼성SDS와 기아차의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에 이어 4번째다.
윤주화(가운데), 김봉영(우측) 제일모직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일모직 상장식에서 코스피 상장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
이번 제일모직 상장으로 가장 큰 수혜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오너 일가다.
이날 종가 기준, 장남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3조5448억원이며 이부진(1조1816억원), 이서현(1조1816억원)을 합친 3남매의 제일모직 지분가치는 5조9080억원으로 불어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일본 유학중이던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가 실권한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사들인 바 있다. 당시 매입금액은 48억3000만원으로 이를 감안하면 18년 만에 700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물론 이후 에버랜드 적정 주식가치는 주당 8만5000원 정도로 추정되며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 외에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 일부를 내놨지만 여전히 상당부분 지분율을 갖고 있는 KCC와 삼성SDI도 상당한 차익을 갖게 됐다. 삼성SDI는 1000만주 중 500만주를 2650억원에 매각해 500만주 잔여지분을 갖게 됐고, KCC는 보유지분 2125만주 중 750만주를 3975억원에 매각해 잔여지분이 1375만주 규모다. 삼성카드는 보유주식 전량(624만9950주)를 이번 제일모직 상장시 모두 내놨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상장한 삼성SDS에 비해 제일모직의 투자매력도가 높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SDS가 성장가치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았다면 제일모직은 자산가치가 매력적인 주식"이라며 "삼성생명 지분(19.3%)에 바이오로직스, 에버랜드의 수백만평 부지 등은 지금으로선 계량적 가치평가가 힘들지만 향후 상당한 메리트가 될 부분"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전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맨 윗단에 위치한 지주회사라는 점만 놓고봐도 현재로선 이보다 더 좋은 삼성관련 투자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이익대비 시장의 뜨거운 관심으로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이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더구나 상장 첫날 두 배의 시초가에 이은 급등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를 하루만에 대부분 깨뜨렸다. 전날까지 제시된 8개 증권사의 제일모직 목표주가는 평균 9만5400원. 이날 새롭게 리포트를 내놓은 미래에셋증권 역시 9만400원을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만이 유일하게 12만5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목표가는 사업가치와 지분가치를 산정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익실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9만 5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A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 가격이면 사실상 매도 의견"이라면서 "추가매수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들이 대부분 초기에는 수급변수가 훨씬 더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면서도 "수급변수 때문에 목표가를 올릴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수급측면에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매도, 기관은 매수였다. 특히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으로 매도물량이 쏠리며 공모주를 받은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이 상당부분 출회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