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를 필두로 주요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팔자’가 6년래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뿐 아니라 금과 옥수수 등 상품 시장 전반에 걸쳐 매도가 우세한 상황이다. 가격 상승 반전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깔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구리[출처:신화/뉴시스] |
이와 함께 연초 이후 미국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5억63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ETF에서 2년 연속 자금이 순유출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 하강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사이에 이른바 석유전쟁까지 상품 가격을 누르는 악재가 곳곳에 등장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상승 전망과 글로벌 주요국에 걸친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이 금값을 포함해 귀금속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웰스 파고 어드바이저의 사머 사만나 전략가는 “상품 비중을 확대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관련 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흐리고,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원자재 인덱스가 연초 이후 13% 급락했다. 지수는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추종한다. 이에 따라 지수는 4년 연속 하락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1991년 이후 최장기 내림세에 해당한다.
주요 원자재 가운데 가장 낙폭이 큰 것은 단연 원유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43% 떨어져 상품 시장에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 하락이 다른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유가 하락은 식품부터 금속까지 주요 품목의 생산 원가를 떨어뜨리고,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금 선물이 온스당 1100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니켈은 초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연초 금수 조치를 취한 데 따라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앞으로 상품 가격의 향방은 주요국의 부양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낼 것인지 여부에 달렸다”며 “유럽과 중국의 부양책이 실물경기를 살려낼 경우 상품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흐리다. 곡물과 돈육, 에너지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내년 199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