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해킹단체의 테러위협에 못 이겨 결국 상영 취소를 결정했다. 이례적인 이번 결정으로 막대한 재정적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작사의 모기업인 소니(종목코드: SNE)가 침몰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소재’ 영화로 테러위협을 받은 영화 ‘더 인터뷰’포스터 [출처:뉴시스] |
앞서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단체는 "조만간 세계는 소니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며 세계는 공포로 가득할 것"이라면서 2001년 9월11일을 기억하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개봉 취소 결정으로 소니가 상당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슨 글래스버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니와 소니 직원 및 임원, 소니 파트너들이 모두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소니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손실액만 1억달러가 넘는데다, 앞으로 제기될 해킹 피해와 관련한 소송에 회사가 입게 될 이미지 타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소니 픽처스가 인터뷰 제작과 마케팅에 800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사태로 상영 수익은 커녕 네트워크 재구축 비용 등 1억달러가 넘는 돈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래스버그는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전직 및 현직 직원들을 위해 소니가 신용정보감시서비스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관련 소프트웨어업체 스트릿크레드 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 닉 셀비는 소니가 지난 2011년에도 해킹 공격을 당했던 점을 지적하며 "소니 정도의 기업이 한 번의 해킹 공격은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겠지만 네 다섯 번씩 이어지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네트워크 서버를 해킹당해 7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켜 피해자들에게 1500만달러를 지급하는 등 수습에 자그마치 1억70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여기에 소니라는 기업 브랜드에 대한 불신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폭스뉴스는 한 마케팅 전문가가 실시한 조사에서 이번 일로 소니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75%였다고 소개했다.
현재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화업계에서는 소니가 해커의 위협에 굴복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니가 한 편의 영화 개봉 취소로 흔들릴 만한 사이즈의 기업은 아니며, 소니가 들어두었던 해킹피해 보험이 어느 정도 방어벽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해킹으로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소니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6000만달러의 보험을 들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니의 앞날을 두고 암울한 전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폭스뉴스는 투자자들이 소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니 해킹 피해사실이 확산되면서 내리막을 지속해오던 소니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3.7% 뛰었다. 19일 일본 증시에서 거래되는 소니 주식은 상승세로 출발한 뒤 다시 아래로 방향을 바꾼 상태다.
글래스버그는 "이번 사태로 소니가 입게 될 타격이 아직까지 충분히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도 상황이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모른다. 다만 어느 시점에든 소니 주가가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면 놀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니측은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완전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려면 6개월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니픽처스는 1989년 일본 가전업계의 공룡 소니가 하드웨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49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주고 인수한 '콜롬비아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영화사가 모태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