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6개월 사이 반토막에 가까운 폭락을 연출한 국제 유가가 월가의 구루들을 강타했다.
칼 아이칸을 포함한 억만장자들도 이번 유가 급락에 속수무책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칼 아이칸은 캐나다 석유 가스 업체 탈리스만 에너지를 사들였다가 지난 8월 이후에만 2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월가의 구루로 통하는 거물급 투자자가 이처럼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이와 관련 아이칸은 “국제 유가가 당분간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커다란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존 폴슨도 예외가 아니다. 자산 규모 190억달러의 폴슨 앤 코는 석유 섹터에 베팅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특히 폴슨 앤 코가 사들인 중소형 석유 업체의 주가가 유가와 함께 수직 하락,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폴슨의 석유 섹터 손실이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초 이후 다수의 펀드가 두 자릿수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진단이다.
6월말 이후 유가가 급락하기 앞서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은 유가 하락에 대비한 헤지에 나섰다. 러시아의 위기가 이미 본격화됐고, 이에 따른 환차손 및 유가 하락이 가시화됐기 때문.
하지만 2조8000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업계가 수개월에 걸친 유가 폭락에 속수무책 일격을 당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퍼시픽 얼터너티브 애셋 매니지먼트의 스콧 워너 펀드매니저는 “유가 하락이 숨막힐 정도로 거셌다”며 “펀드 업계의 타격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유가 하락에 적극 베팅해 쏠쏠한 차익을 올린 펀드도 없지 않다. 안듀런드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대푲거인 사례다. 골드만 삭스의 상품 트레이더였던 피에르 안듀런드가 창업한 이 헤지펀드는 지난 12일 기준 33%에 달하는 수익률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