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공제한도액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던 새누리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말그대로 '멘붕'(멘탈 붕괴) 에 빠졌다.
국회는 상증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본회의 재석 262명 중 찬성 114명, 반대 108명, 기권 40명으로 부결됐다. 재적의원 중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법안이 통과된다.
수정안이 부결된 후 정부원안도 표결에 부쳐졌다. 정부안도 찬성 94명, 반대 123명, 기권 38명으로 부결됐다.
상증세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적극 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까지 했던 법안이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초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건의를 받아 추진한 법이다. 이에 통과가 당연시됐다.
대반전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는 일찍이 해당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고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해왔다.
▲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김학선 기자] |
실제로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섰다. 그는 "이렇게 (법이 개정)되면 276개 기업이 새롭게 적용 대상으로 편입된다"며 "이 기업들은 이번 개정으로 앉아서 기업당 최대 약 250억원, 모두 합하면 최대 6조원 상당의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가업승계 대상에서 제외돼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51만7091개 법인 중 대기업을 포함해 단 714개뿐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상속 후에는 업종 변경이 안 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가능하다"면서 "개정된 지 1년도 안된 제도를 가업 승계를 아주 쉽게 대폭 허용해서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김 의원의 반대토론 이후 이어진 표결에서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쏟아졌다. 당황한 여당 소속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의원총회를 요청해 본회의를 잠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해당 법안의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정부원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이번 개정안은 의원명의 발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부의 대물림', '재벌 감세 혜택' 등의 거센 비판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