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값 싼 유동성에 돈 잔치를 벌였던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브라질부터 태국까지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달러화의 본격적인 상승 이전에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 부담이 1조달러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이 수익성 악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경고하고 있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 부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가 기업의 회사채 상환 부담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률과 자산 가격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의 니콜라오스 패니기르트조굴로 전략가는 “과거 위기를 맞았던 국가들이 이번에도 달러화 강세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달러화 상승에 일방적으로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그로 힐 파이낸셜의 에도어도 우리베 채권 전략가는 “라틴 아메리카의 기업 가운데 달러화 강세로 인한 회사채 상환 부담으로 이익에 커다란 타격을 입는 사례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의견이 다소 과장된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의 3분의 2 이상이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량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때문에 디폴트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또 일부 기업들이 자국 통화 표시 회사채 발행을 병행하는 형태로 잠재적인 리스크를 헤지해 둔 상태인 만큼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여지가 낮다는 주장이다.
T.로우 프라이스 그룹의 새미 모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화 상승이 이머징마켓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에 구조적인 위기를 일으킬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276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