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4년간 8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자동차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평균 투자액은 20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평년 투자 수준인 13조~14조원과 비교할 때 6조원 정도 높아 향후 자금조달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등을 감안할 때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청사진이 정상적인 영업환경을 지속한다는 의미로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자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 '81조원' 계열사 분담…한전부지 비용도 포함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앞으로 4년간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IT인프라 확충 등 시설투자에 49조1000억원, 연구개발(R&D)에 31조6000억원 등 총 80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20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액으로 이는 이전 최대 투자액이었던 2014년 14조9000억원보다 35%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또 올해 우리나라 정부의 전체 R&D 예산(18조9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현대차그룹의 연평균 투자금액이 13조~14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4년간 6조~7조 이상 추가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3년 현대차의 영업이익 8조3155억원(당기순이익 8조9934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전력 부지 매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총 투자금액 81조원에는 105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에 필요한 한전부지 매입대금을 포함해 공사, 인허가, 기타 부대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81조 안에 한전부지 매입비용 등도 당연히 포함된다"면서 "다만 전체적인 투자 청사진을 발표한 것이지 그룹사별 세부적인 자금 조달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현대차의 투자계획이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위원은 "만약 100조~120조원 규모면 모르겠지만 이번 투자 계획 자체가 너무 많다거나 놀랄만한 숫자는 아니다"면서 "일상적인 수준에 있고 정상적인 영업환경을 지속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투자금액인 15조원을 단순 평균할 경우 향후 4년간 60조원, GBC 건립 관련 비용 15조원, 중국, 멕시코 등 공장 설립 비용 등을 합하면 기본적으로 80조원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만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계열사에게 분산시켜 하겠다는 것"이라며 "81조원에서 상당부분이 기존에 발표했던 것이고 시장에서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 다르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현대차그룹·증권가 "영업이익·현금으로 자금조달 충분"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차 등 50여개 계열사가 포함된 현대자동차그룹 전체적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고 그룹 내 사내 유보금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또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제철, 부품사, 건설, 금융 등 각 계열사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전부지 매입대금에 대해서도 현대차,기아차, 모비스가 5:3:2의 비율로 나눠 분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고 그룹 자체 현금보유액이 어느 정도 된다"면서 "자동차, 건설, 금융 등 각 사들이 분담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식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그룹 대표기업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24조3061억원) 대비 21.3% 증가한 총 29조485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11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투자금액이 평균 6조~7조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서도 외부차입 보다는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높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이사)는 "총 투자금액이 81조지만 한전부지를 빼면 70조 정도"라며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으로 차입금을 늘려야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과거에는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도 했지만 최근에는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전부지 매입비용의 경우 기아차가 일시적으로 현금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차입금이 늘어난다든지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위원도 "현재 현대차그룹의 가동률과 재고가 유지된다고 하면 외부차입 없이 자체적인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당장 현금동원 가능한 금액이 20조원 정도 되고 기아차와 모비스를 합치면 거의 40조원 정도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금액과 관련 자금조달에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