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보유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시장에선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예상대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높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 정몽구 부자 현대글로비스 지분 13% 블록딜 매각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보유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170주(13.39%)를 매각키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착수했다. 정 회장 부자는 지분 13.4%를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1%를, 정 부회장은 31.8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은 29.99%로 30% 밑으로 떨어진다.
예상 매각가격은 현대글로비스의 이날 종가 30만원 대비 7.5~12.0% 할인된 26만4000~27만75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매거래 체결일은 오는 13일로 모두 502만2179주가 대상이며, 금액으로는 1조40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에 대해 표면적으로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진다는 점에서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이를 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 정의선 부회장 승계작업 신호탄?
하지만 시장에선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여 정 부회장에게 '실탄'을 마련해준 다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와 지분 교환을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시장 관측이 맞다면 정 부회장은 이번 지분매각 대금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재 순환출자 고리의 주요 3개 계열사 중 지분을 보유한 곳은 기아차(1.75%) 정도에 불과하다. 그동안 시장에선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8%를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흘러나온 바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차를 비롯해 정몽구 회장이 6.96%, 현대제철이 5.66%, 글로비스가 0.67%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는 약 1조4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현대모비스의 지분 4% 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0.67%)까지 합치면 약 5% 가량을 정 부회장이 차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이라며 "이번 블록딜 추진으로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