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의 바닥 여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기가 연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월가의 투자자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급 상황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움직임을 근거로 볼 때 유가 하락에 제동이 걸릴 여지가 낮고, 이는 디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여 연준의 금리인상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늦춰지면서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S&P500 지수 금융 섹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손실 헤지 수요가 2년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금융 관련 ETF의 10% 손실에 대한 옵션 헤지 비용이 10% 상승 베팅 대비 1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2010년 이후 평균치인 7.2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금융권 수익성 개선에 전제 조건으로 꼽히는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이 단시일 안에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장중 국제 유가가 배럴당 44.20달러까지 밀린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떨어뜨리는 한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부추기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9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51%로 점치는 한편 12월 인상 가능성을 79%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6월까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은 15%에 그쳤다.
이와 관련, 세이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마크 맥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의 12월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 마이너스 0.2%를 기록해 이른바 ‘D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역시 지난달 시간당 임금이 전월에 비해 0.2% 감소하는 등 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연준 정책자들은 FOMC 의사록을 통해 저조한 인플레이션이 금리인상을 저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긴축이 늦춰질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한편 2020년과 2025년 사이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반영하는 5년물 국채 및 동일 만기 물가연동채권(TIPS) 스프에드인 BER(break-even rate)이 1.8648%를 기록해 2000년 이후 최저치까지 밀린 상황이다.
유가와 함께 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모간 스탠리의 짐 캐런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가 앞으로 1년 이후에는 현 수준보다 높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고용 증가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역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