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위스중앙은행이 15일(현지시각) 환율하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예상 밖의 행보에 투자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에 앞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풀이하고 있다.
◆ 3년4개월만에 환율하한제 폐기, 왜?
스위스중앙은행은 유로당 1.20프랑으로 제한했던 환율하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프랑화의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1년 9월 도입 된 환율 방어제를 3년 4개월만에 종료하기로 한 셈이다.
프랑화[출처:신화/뉴시스] |
투자자들의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랑/유로 환율은 낙폭을 10% 선으로 축소하며 1.05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앙은행은 이와 함께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인하했다. 3개월 리보금리를 -0.75~0.25%에서 -1.25~-0.25%로 인하한 한편 시중은행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0.25에서 -0.7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환율하한제 폐지에 따라 신용 여건이 경색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앙은행 측은 이날 결정에 대해 환율하한제가 더 이상 영속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스위스중앙은행의 전격적인 행보는 ECB의 국채 매입을 앞두고 경제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으로 투자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크레딧 스위스의 맥심 보테론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환율하한제 도입 후 프랑화 강세를 차단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투입했다.
ECB가 이르면 오는 22일 회의에서 QE를 도입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 경우 프랑화의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고, 환율하한제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자금을 환율 방어에 쏟을 수밖에 없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버클리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간 유지했던 통화정책을 갑작스럽게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며 “중앙은행의 ‘서프라이즈’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고 말했다.
◆ 비전통적 통화정책 실험, 끝은 어디?
스위스중앙은행의 ‘깜짝’ 행보는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실험의 연장선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CB의 QE로 인해 프랑화 환율 방어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고, 중앙은행의 ‘서프라이즈’가 연쇄적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JP모간의 알렉스 드라이덴 전략가는 “스위스중앙은행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데 이어 전례 없는 정책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루크 바돌로뮤 매니저는 “ECB가 QE를 단행할 경우 환율하한제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는 앞으로 추가로 인하될 여지가 높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유니크레디트의 바실레오스 키오나키스 외환 전략가는 “그리스 총선과 ECB의 QE, 러시아의 침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번 결정은 지극히 예상밖의 일”이라며 “금리 인하가 유로/프랑과 달러/프랑 환율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스위스중앙은행의 신뢰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의 비트 시젠탈러 이코노미스트 역시 “유로/프랑 환율이1.20프랑 내외에서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중앙은행의 결정이 실물경기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