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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스위스프랑…환율하한제 폐지 의미는?

기사등록 : 2015-01-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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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양적완화 임박 방증…유로화 추가 급락도 가능

[뉴스핌=노종빈 기자] 환율방어선 폐지로 힘을 받은 스위스프랑이 초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지난 3년여 간 지켜왔던 유로당 1.20의 환율방어선을 폐지하자마자 스위스프랑은 유력한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며 급격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스위스프랑 초강세…유로화 대비 일시 40%↑

이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 가치는 장중 한때 유로대비 40%대까지 급등했으며 달러에 대해서도 17% 가까이 올랐다.

이는 스위스 국민이 외국 여행을 위해 유로화로 환전할 경우 하루 전만 해도 1유로당 1.2프랑을 내야 했던 것이 이날부터는 0.85프랑만 내도 된다는 의미다.

SNB의 목표는 자국 내 자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소비 여력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업이나 관광업계의 경우 큰 폭의 경쟁력 저하와 서비스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헝가리 등 일부 스위스프랑 표기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국가들의 채무는 스위스프랑 가치가 치솟는 만큼 확대되기 때문이다.

◆ ECB와의 결별 vs 선제적 '빗장풀기'

글로벌 외환시장의 큰 혼란은 그동안 유로화 급락세에 비해 SNB가 스위스프랑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유지해온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유로존에 비해 상대적 통화가치 저평가 유지의 '인내'를 감수해왔던 스위스 경제가 결국 이웃 국가들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 중심의 환율 정책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당장 스위스의 환율방어선 폐지로 인해 명목적으로는 스위스 내 유동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스위스의 저평가 유지 정책으로 인해 재정 불안 이슈가 지속돼온 유로존이 별 문제없이 양적완화 등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얻었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SNB의 이번 조치는 ECB와의 보이지 않던 정책 공조의 결별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SNB의 결정은 그간 실천되지 못했던 ECB의 국채를 포함한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이 조만간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이럴 경우 당연히 SNB로서도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SNB는 ECB의 양적완화 결정이 나올 경우 자국내로 유동성이 급격히 몰려올 것에 대비한 선제적 '빗장풀기'로 볼 수 있다.

◆ 금융정책 위험성 한계 노출

하지만 이번 조치는 유로화에 적잖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유로화 환율은 이날 달러 대비 1.69% 추가 하락한 유로당 1.16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만 해도 유로당 1.22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불과 약 2주만에 4.9%나 급락한 것이다.

이날 SNB의 결정이 향후 ECB의 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단일통화 기반으로 유지돼 온 유로존 통합정신에는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또 이번 사례는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로존 내 선진국은 물론 재정 여력이 취약한 주변국에까지 교훈을 주고 있다.

즉 이번 조치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가 재정 위기 상황에도 특별한 경제구조 개혁없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관련 조치만으로 위기를 단기 완화시켜온 정책의 위험성과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중앙은행 정책과 실물경제 간 괴리

중앙은행의 정책은 원칙적으로 물가를 잡아 경제 성장을 고취하고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목표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 도구는 금융시장, 특히 자산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컨트롤함으로써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즉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중앙은행은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고 자산 가격을 확대시켜 소비 여력을 늘리려 한다. 이를 통해 부의 효과를 확대해 내수를 살리고 기업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 조치는 원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정책과 현실 간의 시간적·계량적 괴리는 여전하다. 결국 시장의 혼란을 정책 당국자들의 감각에 의존해 풀어간다는 말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과 미국 간의 통화정책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SNB의 정책 목표가 큰 혼란 없이 달성될 지는 미지수다.

결국 글로벌 경제를 위해선 주요국 중앙은행 간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통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통합적 대응이 지연될수록 갑작스런 정책 실패로 인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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