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해외 매출 비중이 88%에 이르는 화장품 업체 에이본 프로덕트는 달러화 상승 속도만큼 상품 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울상이다.
여행 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엑스피디아는 달러화 강세로 미국을 찾는 여행객이 대폭 줄어들어 연말 성수기에 예전만큼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
프록터 앤 갬블(P&G)를 포함해 유럽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는 다국적 업체들은 달러화 강세로 인해 심지어 미국 시장에서조차 고객을 뺏기는 형편이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강달러의 파장이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존슨 앤 존슨이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이 현 수준에 머물 경우 이익 감소 폭이 지난해 10월 예상했던 것보다 2~3배 많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업 경영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해외 현지 시장으로 이전, 달러화 환율 등락에 따른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강달러에 따른 충격을 온전하게 해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간접적인 타격도 작지 않다. 석탄을 포함한 미국 원자재 가격이 해외 시장에서 뛴 데 따라 운송 업계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철도 업체인 CSX는 “올해 석탄 운송이 지난해에 비해 25% 가량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 강세로 인한 매출 타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보석 업체 티파니의 경우 뉴욕 영업점의 매출 가운데 관광객 판매 비중이 8%에 이른다. 달러화 강세로 뉴욕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매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 업계가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미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동시에 달러화 강세가 국내 여행자들을 해외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스티븐 위노커 애널리스트는 “가뜩이나 해외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상황에 달러화 강세가 이중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전자장비와 산업재 섹터를 중심으로 올해 이익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스타인의 알리 다바지 애널리스트는 “달러화가 오를 때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영업에 주력하는 업체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해외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때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