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에서 월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하는 한편 실물경기를 부양한다는 계획이다. ECB의 자산 매입 규모는 당초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했던 월 500억유로를 웃도는 것이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오는 3월부터 월 600억유로(700억달러) 규모로 민간 및 공공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 연율 기준 마이너스 0.2%로 떨어졌다. 이미 일부 회원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황이다. ECB는 이번 QE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0%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이날 ECB가 발표한 QE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및 장기 침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 정책자와 투자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드라기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달리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유가 폭락이 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유가로 인해 임금 하락을 포함한 파장이 나타날 수 있고, 아울러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에 영향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며 이번 QE 시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산 매입의 구체 방안과 관련,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내부의 투자등급 채권으로 대상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를 포함해 구제금융을 받는 회원국의 국채는 별도의 규정을 만족시킨다는 조건 하에 매입 대상에 넣기로 했다.
다만,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의 경우 QE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는 독일 국채를 매입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또 QE 대상 채권의 만기는 2~30년으로 광범위하게 정했고, 특정 채권을 전체 매입 규모의 25%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위험 공유 문제와 관련, 드라기 총재는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자본출자액 비율에 따라 채권을 사들이되 전체 매입량의 12%에 대해 회원국 전체가 위험을 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ECB가 자체적으로 추가 매입 자산의 8%를 보유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때 회원국과 20% 가량의 위험을 분담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QE의 실질적인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날 ECB의 결정에 대해 주식시장은 상승 화답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 증시가 1% 내외로 일제히 상승했고,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장중 2% 가까이 떨어졌다.
모간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는 “이번 ECB의 결정은 바로 투자자들이 기다렸던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매우 중차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