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당이 25일(현지시각) 그리스 총선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와의 구제금융 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왼쪽)과 그리스 국기 [사진: AP/뉴시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시리자의 승리와 더불어 양호한 그리스 부채 상황으로 인해 트로이카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그리스 채무 규모는 3170억유로로 국내총생(GDP) 대비 부채 비율은 175%에 육박한다. 일본(245%)에 이어 두 번째다. 시리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대표는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규모라며 트로이카에 경제 긴축 조치 해제와 부채 탕감 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FT는 치프라스 대표의 발언과 달리 그리스 부채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 그리스 부채 3170억유로 중 3분의 2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 등 공적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으며 만기도 30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아울러 2010년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는 두 차례에 걸쳐 부채탕감을 받았다. 유로존이 2010년 준 구제금융 만기는 2041년으로 연장됐으며 금리는 3개월 유리보 금리(유로존 은행간 차입 금리)보다 3~4% 높은 수준에서 0.5% 높은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UBS 호아킴 티버그 전략가는 "이를 종합했을 때 그리스 부채 평균 만기는 16.5년으로 독일·이탈리아의 두 배로 긴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만기는 각각 11년, 12.5년으로 그리스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구제금융 이자 지출 부담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유럽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뤼겔연구소 졸트 다르바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 명목 이자 지출은 GDP 대비 4.3%로 이탈리아, 포르투갈보다 낮았다.
지난 2012년에는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EFSF로부터 받은 지원금 상환 만기를 15년 연장하고 이자 지급도 10년 유예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그리스 실질 이자 지출액은 GDP 대비 2.6%에 불과하다. 2.2%를 기록한 프랑스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다르바스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그리스 부채 탕감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시리자 채무탕감 요구가 주변국에 전이돼 유로존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 집행이사를 지낸 로렌조 비기 스마기는 "채무 이자율이 낮고 만기가 15년이 넘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보다 약하다"며 "부채 대부분을 공적채권단이 보유해 차환 리스크가 적고 올해 성장률도 3%로 유로존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돼 시리자의 부채 탕감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등 18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FT 기고를 통해 그리스 부채탕감은 유로존 전체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긴축정책이 반드시 경제구조 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부채탕감은 1950년대 독일의 경우처럼 정부 재정 및 성장 여력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시경제 안정은 공공 지출 축소가 아닌 경제 성장과 효율적인 세금 구조 확립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피사리데스는 "그리스의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해 향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부채 만기를 50~60년 가량 늘리는 등 경제 회복을 위한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