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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양적완화, 국채 물량 확보가 '일차관문'

기사등록 : 2015-01-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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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양적완화 자금 집행시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

[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양적완화(QE)를 집행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ECB가 사들일 국채 가운데 상당 물량을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금융권에서 보유하고 있어 물량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이다.

◆ ECB 양적완화 직후 금융시장 '랠리'

지난 22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QE 발표 이후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즉각적으로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반면 유로존 주식과 채권 가격은 지난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반긴축 노선을 표방하는 시리자의 압승에도 초강세 랠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ECB의 QE 결정은 이미 속도는 물론 강도면에서도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시장은 마치 커다란 압력 속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인 것처럼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은 ECB가 과연 세부적으로 어떤 자산을, 얼마나 사들일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부터 ECB는 유로존 채권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을 사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올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는 매월 600억유로씩 유로존 채권을 매입하게 된다.

QE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도 유로존 내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 ECB 세부 채권매입 계획 관심

ECB는 현재도 유로존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과 자산담보부증권을 매입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를 제외할 경우 ECB의 시장 매입규모는 월간 500억유로, 전체로는 1조유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분석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의 전체 규모는 5조유로에 이를 전망이다.이 가운데 ECB가 사들이게 될 대상 자산은 2년~30년 만기 국채로 약 3조9000억유로 수준이다.

마이크 리델 M&G투자자문 대표는 "ECB가 신속하게 2년~30년물 채권 물량의 약 20%를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RBS의 분석에 따르면 ECB의 매입자산에는 물가연동채권와 마이너스수익률채권도 포함될 전망이다.

또 ECB 매입량의 12% 가량은 유럽금융안정기금 채권 총 4200억유로와 유럽내 주요기구들이 발행한 채권 6000억유로 중 일부를 구입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 국가별 차등 지원 방식 채택

이와 함께 ECB의 채권매입액도 국가별로 달라질 전망이다. ECB는 경제 규모과 인구 분포 등을 반영해 국가별 매입량을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독일 국채 매입규모는 2050억유로 수준이지만 포르투갈 국채는 180억유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데릭 두크로제트 크레디트아그리콜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QE 계획은 유로존 내 주변국들보다는 선진국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준수할 경우에만 채권 매입이 실행될 예정이다.

그리스 정부가 오는 7월 만기되는 채무의 환매를 받아들인 경우에만 매입이 가능할 전망이며 이 경우에도 전체 채무의 33% 이상을 매입할 수 없게 된다.

엔리코 브루니 트레이드웹 유럽아시아 부문 대표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화와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에서 국채와 회사채의 유동성을 크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ECB 물량 확보 우려…금융권 '눈치보기'

하지만 ECB의 계획대로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의 유로존 채권 보유 주체들의 구성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스페인의 경우 은행권이 많이 들고 있는 반면, 프랑스의 경우 민간이 절반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은행 간 예금금리가 마이너스(-) 0.20%이기 때문에 ECB가 은행에 채권을 매각해 현금을 들고 있으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민간은행으로서는 회사채 등 수익률이 높거나 아니면 리스크 자산으로 옮겨탈 수 있는 경우에만 매각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ECB가 시중 펀드매니저들을 통해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ECB의 자산매입 성공여부는 각국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투자의사 결정에 상당부분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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