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부동산 신탁이 2015년 한해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뒤흔들 '뇌관'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몇 년 급격히 늘어난 부동산 신탁의 만기가 2015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올해 505개 부동산투자신탁의 만기가 올해 집중돼 관련 업계의 상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505개 부동산신탁의 규모는 2414억 위안(약 42조 1775억 원)에 달한다. 특히 중룽신탁(ZRT, 中融信托), 핑안신탁(平安信托), 쓰촨신탁(四川信托)의 부동산 신탁 만기 규모가 크다.
이중 중룽신탁은 하반기에만 360억 위안(약 6조 2899억 원)의 부동산 신탁 만기가 예정되어 있다. 핑안신탁과 쓰촨신탁의 만기 도래 금액은 각각 151억 4900만 위안과 114억 2900만 위안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올해 상환해야 하는 부동산 신탁 규모는 공식 집계 규모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신탁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기준 중국의 부동산 신탁 투자 누적 규모는 1조 2700억 위안에 이른다. 부동산 신탁이 중국 전체 신탁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8%다.
일부에서는 2015년 전 업종에 걸친 부동산 관련 상품의 만기 금액이 3000억 위안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신탁 만기가 집중된 것은 2011년과 2012년 전후로 채권시장 위축과 은행대출이 축소되면서, 부동산 개발기업의 신탁을 통한 융자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신탁의 만기설정이 대부분 1~3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2014년부터 만기가 도래한 신탁이 급증했고, 올해 만기를 맞는 부동산 신탁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신탁'발 위기 터지나...부동산, 금융권 긴장
올해 대규모 신탁 만기 상환에 중국 부동산과 금융권이 긴장하는 것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개발 기업의 도산과 다양한 성격의 대규모 자금이 몰려있는 부동산 신탁의 디폴트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리스크는 선전(深圳) 지역 굴지의 부동산 개발기업 자자오예그룹(佳兆業, KAISA,카이사, 01638.HK)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자오예그룹은 1월 1일 HSBC에서 빌린 4억 홍콩달러(약 573억원) 상환에 실패했다고 공시했고, 새해 벽두부터 날아든 기업 디폴트 소식에 중국 부동산 시장은 물론 자본시장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시장에서는 자자오예그룹 외에도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개발 기업의 이름이 다수 거론되고 있다.
자자오예그룹은 2014년 상반기 중국 부동산 업계 선두인 완커(萬科)를 제치고 선전 최대 부동산 거래 실적을 달성했고, 3년 연속 신용도 높은 선전 부동산 기업으로 뽑힐 만큼 재무제표도 탄탄했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자자오예 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궈잉청(郭英成) 회장의 부정부패 조사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무제표와 같은 객관적 자료로 검증할 수 없는 중국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자요예그룹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신탁 만기 규모가 가장 큰 중룽신탁은 자자오예 그룹에 상당한 자금을 융자해줬다. 중룽신탁을 포함해 룬선궈투(潤深國投), 아이젠신탁(愛建信託), 와이마오신탁(外貿信託) 등 4개 신탁회사가 자자오예에 융자한 자금은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3월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중룽-자자오예 창사 메이시후 신탁(中融-佳兆业长沙梅溪湖股权投资集合信托计划,이하 중룽-자자오예 신탁)'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3년 중룽신탁은 6억 3300만 위안을 우선수익자와 일반수익자 자격으로 '중룽-자자오예 신탁'에 투자했다. 또한 유한책임투자자(LP) 자격으로 4억 위안을 선전의 투자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모든 자금은 결국 자자오예그룹이 항저우에 건설한 아파트단지 쥔후이상핀(君匯上品)으로 유입됐다.
중룽신탁은 해당 부동산 신탁은 담보자금이 충분해 디폴트 위험의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부동산 신탁 규모를 축소하고 관련 업무의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신탁업계 부동산 투자 축소, 정부 7년만에 리츠 부활
부동산 신탁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중룽신탁 외에도 대부분 신탁회사가 부동산 신탁 규모를 줄이고 있다. 중국의 모 유명 신탁회사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탁업계는 이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투자에 대해 자기만의 '네거티브 리스트'를 정해두고 있다"고 밝혔다.그에 따르면, 자자오예 그룹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로 대다수 신탁회사가 중소형 도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했다.
부동산 신탁 전반의 규모가 줄고, 인프라와 주식시장이 부동산 신탁을 대체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 신탁은 대형 부동산 기업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되고, 부동산 기업과 신탁회사의 부동산펀드 설립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7년 만에 다시 시행할 예정이다. 리츠를 통해 부동산 개발기업의 직접금융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부동산신탁과 리츠(부동산투자신탁)는 다른 개념이다. 리츠는 표준화 상품(중국 증권 감독 당국의 심사를 받는 상품)으로 유통과 상장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신탁은 비표준화 금융상품으로 상장할 수 없어 유통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또한, 부동산 신탁의 최저투자금액이 일반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 이상이고, 투자주체도 200개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리츠는 투자 금액과 투자주체 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