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유동성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던 아시아 정크본드(고위험채권) 시장에 헤지펀드 자금들이 저가매수 기회를 찾아 속속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유동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직후여서 투자자들 간 거래가 성사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모습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카이사 사태 완화…투자의욕 부각
920억달러(약 101조1264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은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카이사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소식에 사실상 마비됐다.
카이사의 디폴트 사태 충격은 지난주 다른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수낙차이나홀딩스가 카이사 자산을 인수할 것이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다소 완화됐다.
최근 디폴트 위기를 맞았던 카이사 정크본드는 지난 1월 액면가의 30%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주말 액면가의 80% 수준으로 급회복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강세로 인해 리스크 자산 투자 의욕도 다시 높아지면서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낙관론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 투기등급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JP모건 아시아 신용지수는 1월 초 2주 동안에는 지난해 연말대비 2.5% 하락했으나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2월 초에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 거래량 부진…매수매도 격차 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채권시장은 거래량이 부진해 펀드매니저들도 원하는 대로 거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매수세력과 매도세력 간 격차(스프레드)가 커 신속한 거래는 쉽지 않다.
벤 위안 BOCHK 자산관리 채권투자 부문대표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종 채권을 액면가의 90% 아래로 사겠다는 주문을 냈으나 매도자는 94%에 매도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에르 트리코트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태평양 채권부문 대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특정 시나리오에 따라 갑작스럽게 유동성이 일순 사라져버리는 현상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주 전만 해도 중국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채권을 팔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났고 최근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비로소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사 문제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악재로 정크본드들의 수익률은 10~15%포인트 등락을 거듭했다. 또 거래량도 부족해 매수세와 매도세 간 스프레드 차이가 커서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 투자자들 저가매수 관심…시장 낙관론도 부각
아시아 정크본드시장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악재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카이사의 채무불이행 소식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로 인해 대형 펀드매니저들은 아시아 정크본드를 매도했고 다른 채권에게도 파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프라치시 미슈라 시티그룹 아시아태평양 채권부문 대표는 "시장 투자심리가 부진한 경우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부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시장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또 카이사 문제의 원만한 해결 가능성도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데이비드 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 수석투자책임자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부각될 것"이라며 "일부 채권을 매도했으나 추가적인 가격 메리트가 있는 경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