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정경환 기자] 검찰이 '땅콩회항' 과정에서 항공보안법 위반과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여 모 대한항공 상무와 김 모 국토부 감독관에 대해선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기 운항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해 사안이 중대하고, 귀책사유 없는 승무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책임을 질 것을 지시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가 이동 중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도 "비행기 출발 사실을 몰랐고, 비행기를 되돌린 적이 없다"며 항로변경 사실을 부인했다.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 검찰 "위력에 의한 항로변경, 진지한 자성 없어"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개인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통제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약 15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시하고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이라는 직위와 오너라는 사적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의 안전에 관한 법질서를 무력화시켰다"면서 "최고의 안전을 요하는 항공기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비록 사과를 하는 모습은 비췄으나, 이는 비난 여론에 못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공무집행방해 등 가중 요소가 많고 또한 집행유예에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평소 품행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주요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도 약하고, 경합범 가중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쟁점이 된 항공기항로변경 혐의와 대해선 "항로는 항공기의 문이 닫힐 때부터 열리기 전까지 항공기가 운항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로를 지칭한다"며 "비행중일 때 뿐만 아니라 공항활주로, 수상비행기의 수상로 등을 통해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항공 사고의 70% 이상이 항공기의 이착륙 과정에서 발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행중의 항공로 변경과 활주로 주기장과 유도로 상에서 이동경로의 변경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며 "지상이냐 공중이냐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항공기가 당초 항로에서 벗어나 원래 출발점(탑승구)으로 되돌아간 것이므로 변경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며 "위력에 의해 항로가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당장 세워'라고 말한 것은 이동 중인 걸 알았다는 것”이라며 "항공기가 움직이는 걸 몰랐다는 건 궁색한 변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가 이동 중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돌려 세우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항로는 항공로와 동일한 개념으로 공로 이동 등 항공기의 지상 이동은 항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강요,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 모 상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토부 조사관 김모씨에게도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여 모 상무에 대해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등 사법절차를 방해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을 위해 본 건 범행을 기획,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모 감독관과 관련해선 "국토부 감독관인 피고인은 대한항공 측에 유리하게 내부정보를 유출한 결과, 국민적 불신과 분노를 야기했으므로 엄단해야 할 것"이라며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도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12월 17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김학선 기자 |
▲ 조현아, 항로변경 부인…박창진 "조현아, 잘못 인정 안해"
이날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것에 대해선 "반성한다"면서도 해당 승무원들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서비스했던 승무원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서비스와 관련해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갖고 오라고 했는데, 그걸 찾지 못했다"며 "이후에 있었던 제 행동은 잘못이나,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비스를 안한 건 확실하다"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를 되돌린 적은 없다며, 항로 변경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당시 흥분 상태였던 터라 비행기 출발 사실을 몰랐다"며 "비행기를 되돌린 적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차 공판에서 불출석했던 박 사무장은 이날 결심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박 사무장은 이날 여러차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아무렇게나 다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에 대해 아주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박 사무장은 이어 "조 전 부사장은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조양호 회장이 (나에게) 사과한 적도 없고 회사의 업무 복귀 조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측이 자신에게 불리한 처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다"며 "회사 측에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현재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여 승무원 김 모 씨와 관련해서 "김 씨가 교수직을 받고 위증을 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김 씨가 그런 상황에 노출됐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대단히 죄송하다. 그 상처를 나도 받아봤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선고는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정경환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