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턴어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바닥을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 관련 종목의 저가 매수 역시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유가 폭락에 돈줄이 마른 기업들은 비전통적인 형태로 자금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석유업계 새로운 돈줄은?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석유 업체들이 오는 4월 은행권의 담보물 자산 가치 재평가에 앞서 신용 라인을 확보하는 한편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업계에 따르면 이클립스 리소시스는 지난달 사모펀드KKR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 수익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 따라 동원한 전략이다.
이 밖에 석유 업체들은 칼라일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등 비전통적인 창구를 통해 올해 운용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업계 소식통은 전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숀 섹톤 리서치 헤드는 “소규모 에너지 업체들은 회사채 시장의 진입이 막힌 상황”이라며 최근 움직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리서치 업체 크레딧사이트는 석유 섹터의 정크본드 디폴트율이 올해 두 배 상승, 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의 그레고리 소머 에너지 투자은행 헤드는 “석유 업체들의 투자 및 지출이 현금흐름을 웃돌았으나 유가가 현 수준에서 중장기적으로 머물 경우 자본 지출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일부 기업이 투자 감축에 나섰고,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가 반등 장담하기 일러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8달러 선을 회복하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상승 베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유가 반등은 일부 트레이더들의 포지션 변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모간 스탠리는 “가동중인 유전 굴착 장치가 감소한 것이 사실이지만 업체들이 생산성이 낮은 자산을 동결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슨 상품 전략 헤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반등한다 하더라도 이 경우 메이저 업체들이 생산을 다시 확대, 유가를 재차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폭락을 연출한 석유 종목의 저가 매수 역시 아직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S&P500 지수의 에너지 섹터는 12.1배에 거래, 10년 평균치인 12.6배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전 밸류에이션이 11.7배까지 떨어졌고, 2012년 중반 10배 아래로 밀린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또 12개월 예상 실적으로 기준으로 할 때의 밸류에이션은 24.7배에 달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JP모간 애셋 매내지먼트의 제임스 루 전략가는 “에너지 섹터의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주가 하락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