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제 법인세 인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오히려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추세라 이러한 흐름과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는 각 사업연도 소득이 20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22%를 매기고,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20%, 2억원 이하일 경우 10%의 세율을 적용한다.
즉,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5%였던 최고세율을 3%p 인하한 뒤 변화가 없다.
법인세 최고세율 2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4%(2014년 기준)에 비해 약간 낮은 편이다. 미국(35%), 프랑스(34.4%), 일본(34.62%), 중국(25%) 등은 높고 대만(17%), 싱가포르(17%), 독일(15.0%) 등은 낮다.
◆ 미국, 일본은 법인세 인하 움직임
미국은 현재 35%로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법인세를 28%(제조업 2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부터 수년에 걸쳐 법인세율을 30%대 초반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문제는 실제로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이다. 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비특별공제 등 각종 공제·감면 항목을 제외한 뒤 적용되는 세율이 중요하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법인세 부담 결정요인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발췌. |
2013년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0%였다. 이는 일본(35%), 독일(29.55%), 영국(28%), 미국(26%) 등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치다.
그 이유는 기업에 대한 공제나 감면이 많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전체 법인세 감면액은 9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법인세 감면액 중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법인(1827개) 비중(외국납부세액 미공제시)이 54% 수준이다.
대기업의 감면액이 큰 이유는 중소기업에 비해 설비투자, R&D 등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설비투자규모 비중이 94%, R&D 규모 비중이 74%를 각각 차지해 관련 감면 혜택도 독차지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최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인하, R&D준비금제도 폐지, 투자세액공제율 인하,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통해 대기업 비과세·감면을 지속 정비해오고 있다.
◆법인세 인하해도 기업 투자 안해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의 소득세를 낮춰주면 여분의 자원은 기업의 재투자 여력을 높이고 이러한 재투자는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소비활성화와 고용증대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한다. 최 부총리는 지난 20일 MBC 신년대토론 '2015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자'에 나와 "법인세는 국제 간 경쟁하는 것인데 세계적으로 내리는 추세"라며 "우리만 올렸을 경우 자본이탈이 생기고 그에 따라 젊은이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분위기는 맞다. 금융위기 이후(2009∼2014) OECD국가 중 법인세를 인하한 나라는 12개다.
단 법인세를 유지한 나라는 15개, 오히려 인상한 나라도 7개나 될 정도로 다른 나라도 법인세 문제는 첨예하다.
반면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줘봤자 경제에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나 인하해줬지만 투자는 그리 늘지 않았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의 현금보유율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깎아준 세금으로 현금보유를 늘리고 오히려 투자환경이 좋은 해외투자로 나가면 국민 부담은 늘고 특정 대기업만 좋은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인세는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고 미국과 일본은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 기업들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나 최저한세율 인상 등도 기업들에게는 법인세 인상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