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그렉시트와 국제 유가 급락 등 곳곳에서 불거진 적신호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 미국 국채 시장으로 자금을 몰아가고 있지만 손실 리스크가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투자 수요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장기물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 국채 평균 만기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채 물량이 2008년 이후 두 배 이상 급증, 12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손실 리스크가 대폭 높아졌다는 데 있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어빙 머니매니저는 “국채 시장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과 현격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국채를 매입하기에 적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그렉시트 문제,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채 ‘사자’가 몰리면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30일 2.22%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1년 전 4%에 육박했던 수익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종료 및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1년간 미국 30년물 국채는 29%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주식시장 수익률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장기물 국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만기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만기 3년 이내 국채 비중이 최근 48%를 기록,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개시한 6년 전 58%에서 대폭 축소됐다. 만기 1년 이내 단기물 국채의 비중은 1950년대 이후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채시장의 평균 만기는 68.7개월로, 200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간극이 2개월로 좁혀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평균 만기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세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만기 구조로 볼 때 금리 상승에 따른 국채 손실 리스크가 1997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으로 1년 사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30년물 국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15%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5% 선에서 움직이는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해 말 3.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튼 반체 매니지먼트의 스튜어트 테일러 머니매니저는 “국채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상황이 한 순간 급변할 수 있다”며 “채권 운용자들은 매 순간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