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란다"(2014년 12월12일, 조양호 회장 땅콩회항 관련 대국민사과)
"박창진 사무장이 당한 일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2015년 1월30일, 조양호 회장 땅콩회항 결심공판 증인출석)
법원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애끓는 부정의 호소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회장은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들께 너그러운 용서를 구하고 박 사무장의 정상근무를 약속했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땅콩 리턴` 고개 숙인 조양호-조현아 대한항공 부녀 |
▲ 조현아 징역 1년 실형…악화일로 여론 여전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이날 법원청사 303호에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과 업무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번 재판 최대 쟁점이었던 조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항로변경죄가 인정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은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항공기 리턴 사태에 법조계 안팎에선 실형이나 집행유예냐를 놓고 의견이 갈린 것도 사실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항공보안법 제42조 항로 변경은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며 "출발을 위해 푸시백(탑승게이트에서 견인차를 이용해 뒤로 이동하는 것)을 시작했다가 정지하고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출발한 바 항로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에 행사한 위력은 기장에 대한 위력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사무장에 대한 위력 행사는 기장에 대한 위력 행사로 봐야 할 것으로, 조 전 부사장으로 인해 기장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것"이라며 "법에서 위력 행사의 상대방을 기장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항로변경죄 유죄 여부는 1심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에 근거한 판결이지만 일각에선 선고 공판을 앞두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 또한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이 결심공판에서 사건의 책임을 직원들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여론도 다시 들끓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사장 및 오너라는 지위를 이용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라며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으로, 박 사무장과 김 모 승무원 등 피해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며 쐐기를 박았다.
▲ 조양호 회장 딸 구하기 나섰지만…
땅콩회항 사건 이후 지난 두달 간 조양호 회장이 드러내놓고 조 전 부사장의 구명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집행유예를 위해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 조 회장은 공식석상에 두 번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12일과 지난달 30일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12일) 조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거듭 사죄 입장을 밝혔다. 당시 사죄, 용서를 구한다는 표현을 네번이나 썼다.
조 회장은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딸 교육을 잘못시킨 자신을 나무라 달라. 저의 잘못이다"고 거듭 읍소했다. 당시 '조현아 아버지'의 이름으로 악화된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선고공판을 앞둔 결심공판에 또 한차례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당한 일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회사 근무를 원한다면,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법정에서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사무장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관련 인물들이 회사 근무를 원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직원들 사이에서의 따돌림이나 차별적 대우에 대해서도 조 회장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방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당시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조 회장을 양형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을 설명한 상태였다.
조 회장은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고개를 떨궜지만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남부구치소로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