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이봐 그 숫자가 맞아?”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모 임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지금 수익성 지표를 계산해보니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임원은 당황했다. "어떻게 증권사 수많은 데이터를 꿰고 있을 수가 있지…"라는 생각에 등줄기엔 땀이 흘렀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 농협본사에서 개각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김학선 기자 |
당시 임 회장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임원들을 불러, 농협의 300조원 자산 운영 방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관료 출신인 그가 이처럼 수치에 밝을 줄 NH금융 임원들은 몰랐다. 임 회장의 입에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바짝 긴장해야 했다. 이 때부터 회장에게 올리는 보고서 검토에만 몇 시간씩 걸렸다.
임 회장이 임명됐을 때 원래 농협 분위기는 “높으신 분이 오는가” 정도였다. 변화를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임원들도 놀랄 정도의 통찰력에 농협은 위에서의 변화가 시작됐다. 임 회장은 2011년부터 2년간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장관급)으로 일했다.
그렇게 NH농협금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임 회장이 온 뒤로 NH농협금융이 자산운용을 잘하고 있고, 다른 금융사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좋은 상품도 내놓고 있다”며 칭찬했다.
치밀하면서도 거침없는 임 내정자의 성품은 지난 2월 3일 금융권 대토론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와 금융당국의 모든 간부가 업계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를 논의해 보자는 자리였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금융 관료 앞에서 누가 제대로 말하겠냐”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임 내정자는 달랐다. 토론회 분위기를 주도하며 돌직구를 날렸다. “금융사에 빨간딱지(민원 불량 금융사)는 과도한 규제다.”, “건전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노력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알아서 다 한다.”, “현장 지시나 구두 지시를 명료화하고 규정화 시킬 수 있는지 금융당국이 고민해야 한다.” 당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직접 겨냥한 뜨끔한 지적들이다.
임 내정자를 만나 본 사람들은 모두 온화한 성격이지만 업무에서는 강인하다고 평가한다. 2009년 청와대 비서관 시절 대통령 주재회의 중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세 차례나 받고도, 회의에서 일어나지 않아 임종을 지키지 못한 일화는 유명하다.
금융권은 핀테크 육성과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혁신 등 굵직한 현안으로 직면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금융권이 발전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비진작 효과가 다른 업종에 매우 높다”고 말할 정도로, 금융산업 발전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아 위기돌파를 주도하며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의 관(官)으로 컴백이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