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해운업 회복에 공격적으로 베팅했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틱운임지수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 지난 수년간 대규모 자금을 베팅했던 금융업계가 동반 침몰하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원자재 운임료 추이를 반영하는 벤치마크인 발틱운임지수는 18일 509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파 맞은 해운업 경기[출처:블룸버그통신] |
궁지에 몰린 것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업체들이다.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블루마운틴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관련 업체들은 수년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해운업 경기 회생에 베팅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요 부진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건화물운임 지수는 연이어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펀드 업계의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런던의 해운 브로커 업체인 클락슨의 니콜라스 스틸맨 투자은행 헤드는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해운업계 회복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며 “수년간 단행된 투자가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 한 차례 거품-붕괴 사이클을 찾아 혈안이 됐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해운업을 적극 공략했다.
이른바 ‘큰손’들을 필두로 이들 업체는 과도한 부채로 헐값에 나온 선박부터 관련 업체의 지분 매입, 신규 선박 건축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유가가 60% 폭락한 것을 포함해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락, 상품시장의 수퍼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고 금융업계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건화물 운임과 해운업 경기는 중국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중국의 실물경기가 운임 향방의 핵심 변수라는 것.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한풀 꺾이면서 철광석부터 구리 등 원자재 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이 때문에 해운 수요에 크게 타격이 발생했다.
충격은 고스란히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업계에 전이됐다. 일례로, 건화물 해운 업체인 이글 벌크 시핑이 지난해 12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데이비드슨 켐프터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약 8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였던 헤지펀드 컨소시엄은 2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현금을 손에 넣는 데 그쳤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파커 해운 뱅킹 투자 헤드는 “해운업에 투자한 금융업체들이 수익을 내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