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승계 규정을 손보면서 현 회장 연임을 먼저 결정하고 사실상 내부 출신이 아니면 회장 선임을 어렵게 한 것은 윤종규 회장식의 내부승계의 전통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좁은 내부 인재풀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틀 자체는 유수의 외국의 금융회사들이 채택하는 등 보편성을 갖춘 것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 실천할 경우 KB금융의 '경영의 연속성' 보장과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이 오는 27일 내놓을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CEO 승계와 관련한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평가된다. 현직의 연임을 먼저 결정하고, 연임이 아닌 경우 내부 인사로 구성되는 경영관리위원회(경관위) 구성원을 유력한 롱리스트(1차 후보군)로 삼아 승계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경관위는 그룹의 경영의사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기구다. 그간 모호했던 지주 회장 등의 주요 내부 의사결정을 투명화, 공식화해 단순히 내부 출신을 우대하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부 인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역량을 검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현 회장의 연임 여부를 임기 만료 3~6개월 전에 먼저 결정하는 것은 현직 CEO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좋은 CEO의 연임을 사실상 보장하는 것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지주는 2013년 말 한동우 회장 2기체제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비슷한 조항이 한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 내용을 삭제했었다.
회장 후보군을 물색하는 경우 경관위 구성원을 차기 '유력' 1차 후보군으로 삼는 것도 외풍을 차단할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내부 판단이다. KB금융은 CEO 후보 기준을 경관위 경험이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한 사외이사는 "외부인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관위 멤버가 1차 차기 CEO 후보군이 되며 자격 요건에서 경관위 경험 등 KB의 경험이 강조되기 때문에 외부인이 핸디캡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이런 CEO 승계 규정에 대해 이견이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외이사는 KB금융이 외부에 폐쇄적으로 후보군을 좁게 가져가는 데 대해 순열주의 등의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외풍에 시달리면서 장기 CEO경험을 축적한 내부 출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회장 선임 때부터 KB금융 안팎에서 제기된 '내부출신 중용론'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와 세계의 다양한 지배구조 속에서도 'CEO연임 선(先) 결정, 내부의 CEO승계 우선 고려' 등은 공통된 부분이라는 컨설팅 등이 사외이사들간 합의를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의 모범 규준을 보면 외부에서 CEO가 오는 경우는 금융회사가 망하거나 실적이 아주 안 좋거나 하는 등 비상상황이 아니면 거의 없다"며 "내부에서 승계 프로그램을 가져가는 게 글로벌 모범 규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부 승계 프로그램이 구축됐다고 해서 내부 인사들이 무조건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금융권 평가다. 경관위는 그룹의 경영의사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기구로 경관위 구성원이 되는 것은 차기 CEO로의 후보군에 포함되는 동시에 상당한 책임감을 부여받고 검증대에 올라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증분석을 해보면 은행장 재임기간과 은행 경영성과 간에 정비례 관계가 있다"며 "경영의 연속성의 보장을 하는 것이 은행의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KB의 지배구조 개선안도 그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은행의 경영의 연속성은 동일한 CEO가 재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전략 방향이나 경영철학 등을 공유하고 있는 내부의 주요 경영진 풀이 계속 경영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실제로 해외에서도 KB 지배구조 개선안과 유사한 안이 승계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