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채권국들과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를 이뤘지만 당장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상환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앞으로 수 주일 이내에 극심한 유동성 경색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출처:AP/뉴시스] |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에 합의를 이루면서 그리스의 자금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자금 지원은 요원한 상태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리스가 2010년 시행된 24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금 가운데 잔여 금액인 72억유로를 받아내려면 긴축안에 대한 채권국의 승인과 함께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유로존 정책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세금 징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구제금융 지원이 단시일 안에 집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IMF의 채무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EC의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부의장은 “그리스의 현금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긴축안 이행 현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전에는 유로존 채권국들이 구제금융 지원금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디폴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구제금융 전제 조건인 개혁과 긴축안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닉슨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모면한다 하더라도 외줄 타기를 방불케 하는 순간들을 겪게 될 것”이라며 “세수를 확보하는 데 고삐를 조이지 않으면 당장 이달 말부터 자금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제금융 연장 합의 후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비관론이 그대로 잠재돼 있다”며 “그리스의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유로존 지역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7.1%가 앞으로 12개월 이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구제금융 연장 합의가 이뤄지기 전인 1개월 전 수치인 22.5%에서 상당폭 상승한 것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