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내정된 유석렬(사진) 전 삼성카드 사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의 연루자로 기소됐던 전력이 확인됐다. 유석렬 전 사장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도덕적,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요구되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포함해 7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 전 사장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의 실무 기획자로 삼성특검(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에서 징역 3년형을 구형받은 바 있어 선임에 논란이 예상된다.
에버랜드는 지난 1996년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주식전환 가격 7만7000원에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시 이사회 결의에 의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가 이 전환사채 인수를 모두 포기하자 이를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배정했고, 이 부회장은 이를 인수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 특검은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가 현저하게 낮은 주식전환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봤다. 특히, 특검은 전환사채 발행과정과 인수과정을 이건희 당시 회장의 승인 아래 그룹 비서실 재무팀 소속의 김인주 이사와 당시 재무팀장이었던 유 전 사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결론냈다. 이에 이 회장과 유 전 사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의 배임죄로 기소했다. 유 전 사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3년을 구형받았다.
유 전 사장은 하지만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전환사채 발행은 특검의 판단과 달리 주주배정 방식이 분명하고 실권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 등에게 배정한 것은 기존 주주가 스스로 인수청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환사채 발행으로 에버랜드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적 무죄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법관의 무죄와 유죄 판단은 6대 5로 갈렸고, 유죄 의견을 표시한 5명은 "형식적으로는 주주배정 방식이지만, 실질은 제3자 배정"이라며 유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은 당시 전환사채의 발행목적이 자금조달이 아니라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이 부회장 등에게 지배권을 이전하는 데 있다고 봤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사회적, 도덕적 논란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 전 사장이 과연 KB금융의 독립적 사외이사로 적격한 자격이 있는지 부정적"이라며 "이 사건의 연루자를 누가 무슨 의도로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KB금융은 왜 선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정법 위반은 아니지만,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에 해를 끼쳤느냐 논란이 됐던 사안의 연루자를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금융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 나와 있는 그대로다"며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정식으로 주총에서 승인되면 말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무죄판결 확정으로 확인했다"고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