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이동통신3사가 '중고폰 선보상제' 시행에 따라 총 34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단말기유통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통3사가 중고폰 선보상제를 통해 총 56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로는 문제 없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실시한 '중고폰 선보상제' 관련 단말기 유통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등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의결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개별 과징금액은 SK텔레콤 9억3400만원, KT 8억7000만원, LG유플러스 15억9800만원으로 총 34억200만원이 결정됐다.
최 위원장은 안건 의결에 앞서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과징금을 부과한다기보다 이를 실시하면서 부과한 조건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통3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설명: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중고폰과 관련된 마케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공시 지원금보다 과다하게 투입된 지원금이 문제의 소지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18개월 후, 중고폰을 반납할 때 발생하는 고객 클레임 문제도 명확한 공지가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 방통위의 조사결과, 이통 3사는 ▲단말기유통법 제4조(지원금 과다지급 제한 및 공시), ▲단말기유통법 제5조(18개월간 특정 요금제 사용의무 부과 등),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반납조건 등 중요사항 고지의무 소흘) 등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논란이 된 잔존가치 부문에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책정한 점이 중고폰 선보상제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꼽혔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잘못하면 이용자 복지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인데, 그것을 정부가 왜 재제하는가라는 오해가 나올 수도 있다"며 "문제는 이용자 차별이고, 이용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시정조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치고 빠진 이통3사, 역풍 우려한 방통위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중고폰 선보상제는 단말기 구입 시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지원금과는 별도로 18개월 이후 반납조건으로 해당 중고폰의 가격을 책정하여 미리 보상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아이폰6 출시 이후부터 이통 3사가 '프리클럽(SKT)', '스펀지제로플랜(KT)', '제로클럽(LGU+)'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다가 각각 운영을 중단했다.
가입자 수는 이달까지 SK텔레콤이 18만4958명, KT가 16만8601명, LG유플러스는 20만6017명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에 이어 뒤늦게 뛰어들면서 어느 정도의 가입자 수를 확보했다. 방통위의 징계 칼바람이 불기 전에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것도 과징금을 줄이는데 효과를 봤다.
16억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게된 LG유플러스 역시도 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비중이 여전히 5:3:2를 유지하고 있고 아이폰6를 처음 론칭하는 과정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최대 가입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 역시도 소비자들의 혜택이 많은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를 문제 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년도 안되 50만명이 몰린 서비스 자체를 부정하면 자칫,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고폰 관련 마케팅 시장의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 이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건수가 시행 이전에 비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불법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았던 지난해 2월보다 2015년 2월 번호이동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침체된 이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 처벌이나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 탓에 방통위는 전체회의 직후, '중고폰 선보상제 요금제 선택권 부여'라는 보도자료를 서둘러서 냈지만 이통3사는 이미 이 제도를 접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 제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체회의 중에 "소위 말하는 '약발이 떨어진 상태'로 다시 중고폰 선보상제를 시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