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김 모 승무원이 미국에서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모 승무원의 소송 파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김 모 승무원은 최근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미국 뉴욕 퀸즈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승무원이 미국에서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며 "아직 회사로 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지난 11일 이와 관련, 김 모 승무원이 퀸즈 법원에 제출한 소명서에는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자신을 폭행하고 밀쳤으며 위협했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고 전했다.
김 모 승무원이 소송 카드를 꺼낸 데에는 더 이상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떠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그는 지난 1월 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2차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교수직을 받고 위증을 했다는 근거없는 보도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사진과 신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돼 회사 복귀는 커녕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업무복귀는 중요하지 않다. 명예회복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 모 승무원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90일간의 병가를 신청한 상태다.
대한항공 측도 "사직도 아니고 휴직인 상태에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다소 황당해했다.
소송을 제기한 곳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인 것도 관심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손해배상액 규모가 일반적으로 훨씬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 모 승무원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 앞으로 공탁해 둔 1억원도 찾아가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실손 배상과는 별도로 아주 큰 금액의 배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위로금이 보통 2000만원 수준으로 1억원이면 상당히 큰 금액"이라며 "그것도 찾아가지 않았다고 하니,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모 승무원의 소송 제기로 '땅콩 회항' 사건의 다른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박 사무장 역시 사건 이후 병가를 반복, 다음 달 10일까지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 박 사무장은 사건 이후에도 계속 대한항공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 차례 밝혀 왔기에 일단은 회사와 불편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명예회복이 제일 중요하다고 울분을 토하던 김 모 승무원도 다른 한편으론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도 그 부분을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박 사무장과 접촉하거나 하는 것은 현재로선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KE086편 항공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 서비스 방식이 매뉴얼과 다르다며 김 모 승무원과 사무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동시에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를 갑자기 탑승 게이트로 돌려, 탑승하고 있던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리게 한 후 다시 출발케 했다.
이 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항공기 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 업무방해, 강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