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에 금융시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실상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로 금리에도 민간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실물 경기 회복 없이 자산 버블만 양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유로존 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노무라의 리처드 쿠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각) 미국 투자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QE는 실물 경제에 자금을 공급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을 둔 것이지만 제로 금리에도 자금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유로존이 공통적으로 떠안은 문제이며,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쓸모 없는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유로존의 민간 기업과 가계 대출이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소비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소매 판매는 0.6% 감소해 3개월 연속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3월소비자신뢰 역시 91.2를 기록해 전월 수치인 95.4와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95.5를 나란히 밑돌았다. 이달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은 저축과 대출 수요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며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질서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와 국채 수익률에 대한 우려는 월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게리 콘 대표는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치달으면서 보험업계와 자산운용 업계,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에 커다란 걸림돌”이라며 “자본차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금리인상에 앞서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브 씨티 컬리지의 마크 헨드릭슨 경제학 교수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은 자연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 기능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어떤 형태로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인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평가절하 타깃인 통화로 표시된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지만 군중이 흥분할 때 두려워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