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화의 급락을 점쳤던 투자가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지만 유로화의 하락이 지나치게 빠르고 낙폭이 크다는 것.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한 만큼 유로화 약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글로벌 외환 트레이더들은 오히려 하락 베팅을 다소 줄이는 움직임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트레이더들 사이에 유로/달러가 1.10달러 선까지 급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번져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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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에 대해 공격적인 하락 베팅에 나섰던 트레이더들 역시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 주 사이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하락 포지션이 24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ECB가 QE 계획을 발표했던 당시보다 낮은 금액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연초 이후 13% 폭락, 유로/달러 환율이 12년래 최저치로 가파르게 하락하자 추가 하락 베팅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유로/달러는 이미 시장 전문가들의 연말 전망치인 1.05달러선까지 밀렸다. 이 같은 폭락은 이머징마켓 통화조차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또 유로화가 패러티(등가)를 뚫고 내려가는 중장기 약세를 지속한다고 보더라도 단기 급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로화의 지나치게 가파른 폭락 이외에 환율 향방에 반전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먼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다. 투자자들은 2월 고용 지표 호조에 따라 이달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성명서의 ‘인내심 있게’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6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준이 비둘기파에 치우친 결정을 내릴 여지가 없지 않다. 이 때 달러화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으면서 유로/달러 환율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무라의 옌스 노르드빅 외환 전략 헤드는 “유로/달러 환율이 단기에 1.10~1.12달러까지 뛸 수 있다”며 “연말 목표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유로화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긴축과 관련해 ‘참을성 있는’ 태도를 고집할 경우 유로화의 급상승이 나올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케빈 애덤스 채권 헤드 역시 “유로화 하락 베팅을 축소하고 있다”며 “연초 이후 낙폭이 지나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유로화의 경제 지표 개선이 유로화 반등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율리우스 바에르의 데이비드 콜 외환 전략가는 “유로존 경제 지표가 향상되고 있고, ECB의 부양책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상당 부분 차단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유로화가 이를 전면적으로 외면하고 내림세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 약세 전망을 고집하는 투자자들도 없지 않다. 단스케 은행은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유럽 증시 강세로 인해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유로화 표시 자산의 전체 비중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펀드매니저들이 유로화를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