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글로벌 TV 업계 1위를 9년째 질주 중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회사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경영진단은 만성 적자인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전자 VD사업부는 매출이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이 개선되지 못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집중 점검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에는 경쟁 심화라는 녹록치 않은 외부 환경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자체 판단이 작용했다는 추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부문 VD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경영진단의 원인과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저조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VD사업부의 영업이익을 별도로 발표하고 있지 않은데 일부 선진시장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한 자리 수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11~14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가전박람회에 전시된 삼성 SUHD TV |
통상 제조업체들은 연말을 앞두고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 물량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는데 물량을 받은 유통업체들은 재고가 쌓일 경우 보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재고물량부터 단가를 조정해가며 소진시킨다.
게다가 재고가 빨리 소진되지 않으면 신규물량이 재고로 다시 쌓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재고물량부터 우선적으로 저렴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가가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발생한다.
또 제품간 차별성이 크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저렴한 구(舊) 제품을 선호하므로 신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는 전자업체는 물론이고 모든 제조업체에 독약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을 살펴보면 4분기 9조7900억원을 기록해 3분기 7조2100억원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된 물량이 유통채널의 재고로 남아 있다면 오히려 지난해 4분기 매출 확대가 올해 1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VD 사업부 임원 일부를 교체한 것이 이와 연관된다는 추측도 있다.
또 TV 교체 수요가 있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초고화질(UHD) TV 수요가 기대만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전자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 업체가 들어와 수행하는 것은 아니고 자체 진단"이라며 "경영진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