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경제 지표가 회복 신호를 보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된 사이 이머징마켓이 새로운 복병으로 지목받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신흥국의 성장률이 한풀 꺾이면서 올해 선진국과의 성장률 갭이 14년래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또 한 차례 부상할 것이라는 경고다.
25일(현지시각)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이머징마켓의 성장률이 3.8%를 기록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건화물선[출처=블룸버그통신] |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간신히 7% 선에 턱걸이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브라질과 러시아의 침체 위기가 이머징마켓 전반의 성장률을 꺾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달리 장기간에 걸친 부양책에 힘입어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은 2.2%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선진국은 5년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예상이 적중하면 올해 이머징마켓과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격차가 1.6%포인트로 좁혀지게 된다. 이는 지난해 2.5%포인트를 크게 밑도는 동시에 2001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2007년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는 6%포인트로 벌어진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머징마켓의 올해 산업생산은 선진국과 같은 보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양측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거의 일치하는 상황은 1998년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비판적이지만은 않다. 부채와 과도한 투자에 의존한 고성장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이 때문에 속도 조절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의 가파른 성장 둔화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 여기에 상품 가격 하락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이머징마켓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전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네빌 힐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글로벌 경제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는 이머징마켓의 금융 및 실물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위기와 1994년 멕시코 사태, 1998~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모두 강달러 및 미국 긴축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근 상황과 크게 오버랩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긴축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이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크게 높인다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