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3년여에 걸쳐 벌여온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김학선 사진기자> |
이어 31일 삼성과 LG는 공동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다툼은 3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4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기술 등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원 등이 입건됐다.
또 이듬해 4월 검찰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이 LG디스플레이 주요 기술을 협력업체를 통해 전달받았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어 올해 2월 수원지방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 전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김 모씨에게 앞선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일주일 후에는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과 LG디스플레이 협력사 임직원 등을 기소하는 등 법정 공방이 계속됐다.
최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삼성전자 세탁기 손괴 사건은 지난해 9월 발생했다. LG전자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 등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4′ 기간 중 행사장 인근의 유로파센터·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자사세탁기를 파손했다며 삼성 측이 조 사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조 사장이 검찰 조사에 불응해 LG전자 본사와 창원공장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조 사장도 출국금지 조치되기도 했다.
이어 검찰이 손괴 및 명예훼손 혐의로 조 사장과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50) 상무, 홍보담당 전모(55) 전무를 각각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치달았다. 이에 지난 2월 조 사장 측은 유튜브에 세탁기 파손 혐의를 받은 현장 CCTV 영상을 공개하며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극단으로 향하던 둘간의 법적 분쟁은 이날 4개사 대표가 모든 법적 분쟁을 종료키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삼성과 LG 측은 모두 관계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4개사와 협력사 임직원의 법적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4개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반의사 불벌죄인 명예훼손죄와 달리 재물손괴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사장에 대한 형사재판은 일단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한 변호사는 "삼성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일단 형사재판은 계속된다"며 "기소유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국가대표 글로벌 그룹이 파국으로 치닫던 소송전을 끝낸 것은 더 이상 의미없는 감정싸움에 전력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품 경쟁력과 무관한 기싸움에 두 기업의 역량이 집중되면서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마저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하게 지적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양쪽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고유의 기술력 경쟁에 매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LG 소송전 일지 <정리=추연숙 기자,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