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용융자잔고도 4년여 만에 최대 수준까지 늘어났다. 시장이 좋아지면서 '빚'을 내 투자를 하겠다는 공격적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많아진 것인데, 코스닥시장의 바이오와 게임주 등에 신용거래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잔고 추이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코스닥시장에는 3조4761억원이 넘는 신용 잔고가 기록됐다. 이는 코스피보다도 약 5000억원 많은 수치다.
이가운데 코스닥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들이 가장 많은 신용융자잔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잔고 금액이 높은 종목은 대다수 IT나 바이오 등 최근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업종에 속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의 셀트리온은 1434억8000만원의 신용잔고를 기록하며 국내 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의 신용융자가 들어가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잔고율은 2.6% 수준이다.
컴투스와 시총 2위 다음카카오가 뒤를 이었다. 컴투스 신용융자잔고는 1184억원, 융자 잔고율은 8.27%를 기록했다.
또한 30일 기준 가장 높은 신용융자 잔고율을 기록한 종목은 의약품 제조업체 에스텍파마다. 에스텍파마의 신용잔고금액은 115억5800만원으로 잔고율은 14%를 웃돌았다.
뒤이어 산성앨엔에스, 대봉엘에스, IHQ, 팬엔터테인먼트, 에스넷, 씨큐브, 디지틀조선, 서린바이오, 다날 등의 신용잔고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IHQ를 제외하면 모두 코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IT, 바이오·제약,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코스닥 고공행진을 이끈 업종에 포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SK하이닉스, 현대차, 엔씨소프트 등 코스피 종목 일부도 신용융자액이 많은 종목에 포함됐지만, 이들 기업의 신용잔고율은 코스닥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신용융자 잔고율·잔고금액 상위 종목 <자료=에프앤가이드, 뉴스핌> |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이 좋아지면 신용잔고도 늘어나는 추세로 간다"며 "코스닥 몇몇 개별 종목들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어 신용거래를 이용한 공격적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 센터장은 "단순히 빚을 내서 투자를 한다고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며 "단기간에 신용잔고가 과도하게 급증하거나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위험해질 수 있지만 최근 흐름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지만, 개별 종목들의 상승세가 시장 전체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신용거래는 주로 개인이 많이 활용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잘못하면 아예 '깡통'을 찰 수도 있다"며 "일정 부분 이상 손실이 나면 기계적으로 반대매매가 일어나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이어 "최근 코스닥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런 흐름이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장의 확신이 없다"며 "신용거래를 할 때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