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지난해 지방정부 중심으로 추진됐던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이 올해들어 중앙정부 주도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 하강 압력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의 시급성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재정부가 각각 금융과 세수 분야에서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기존 1주택 보유자의 경우 추가 주택구매시 본인 지불금 비율을 기존 60%에서 40%로 하향 조정 하기로 했고, 재정부는 거래세(영업양도세)가 면제되는 일반 주택 보유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보아오 포럼(3월 26~29일) 기간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디플레이션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추가 경기 부양을 암시했다는 것.
하루 사이에 인민은행과 재정부가 동시에 금융과 세수 분야의 부동산 지원 정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중앙정부가 부동산 수요 촉진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부동산 수요 진작을 통해 경제 안정 성장을 실현하고, 지방 부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물자지수(CPI) 상승률이 1%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고, 1분기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스런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수요를 진작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픽=송유미 기자> |
지방정부가 잇따라 구매제한 조치를 철회하면서, 기존 46개 구매제한 시행 도시 가운데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싼야(三亞)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구매제한을 취소한 상태다.
지난해 9월 30일 중앙은행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한 후 52일 만인 11월 21일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또한 그해 10월 초 우리나라의 주택청약기금과 비슷한 주택공적금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대출 한도를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인민은행과 재정부의 부동산 지원 정책 외에도, 지난 27일 국토자원부와 주택도농건설부가 부동산 시장 공급과잉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 개발 규모와 속도를 적절히 통제하기로 했다.
이번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주택 수요를 자극해 거래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대체로 부동산 시장 반등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등 중국 매체는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신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하강 국면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며 "거시경제에 대한 효과도 마찬가지로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고 전했다.
민생(民生)증권연구원 원장 관칭유(管淸友)는 "지난해 9월 30일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그 해 11월 금리도 인하됐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부동산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고 재고문제도 심각하다"며 "부동산 경기 위축은 지방정부 재정과 부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신규 부동산 부양책도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침체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령화가 빨라짐에 따라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한다고 해도 부동산 수요 감소 국면을 바꾸기 어렵고, 부동산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기가 이미 지나갔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 반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칭화(清華)대학 중국·세계경제연구센터 연구원 위안강밍(袁鋼明)은 "이번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오히려 업계 공급과잉 해소에 저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일부 개발업체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연관 산업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부동산의 과잉생산 문제는 기타 관련 산업에까지 확산됐다.
위안강밍은 부동산 개발이 또 다시 무문별하게 이뤄지면, 그 동안 철강과 시멘트 업종 생산과잉 해소에 주력했던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