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달부터 월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를 본격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은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QE의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앞으로 1~2년 사이에 가시화되지 않을 여지가 높고, 때문에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로 동전[출처=AP/뉴시스] |
ECB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 시장의 예상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또 2016년과 2017년 성장률이 각각 1.9%와 2.1%로 강한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ECB는 총 1조1000억유로 규모의 QE 계획을 발표한 한편 실물경기가 정책자들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자산을 매입할 입장을 밝혔다.
디플레이션 리스크 해소와 성장 회복에 대한 ECB의 자신감은 상당히 높다. 시장금리 하락과 유로화 약세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한편 수출을 필두로 경제 펀더멘털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정책자들은 이미 QE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월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 0.1%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물가가 하락했지만 낙폭이 전월 마이너스 0.3%에서 둔화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 주요 경제지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주변국의 구조적 개혁이 미흡한 데다 그리스 사태를 포함한 리스크 요인이 버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렌버그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 저변에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산적하다”며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이 ECB 정책자들의 예상에 못 미칠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7년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아직 확인되지 않은 ECB의 경기 부양 효과에 근거해 산정된 만큼 높은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주장은 ECB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페트르 프레이트 ECB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이 지극히 초기 단계에 불과한 데다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자들은 낙관론에 빠질 것이 아니라 경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조나단 로이네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ECB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며 “다행스러운 점은 정책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